마이웨이 봤습니다.
기대를 애초에 크게 한 것도 아니기는 했지만, 솔직히 매우 실망스럽군요.
먼저 역사적 고증이 뭔가요 그런거 저흰 모릅니다 우걱우걱 태도가 참으로 문제지요.
1. 배경 설정부터 봅시다.
다른건 다 제껴두고, 도대체 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마라손"이 아닌 "마라톤" 이라고 하는지?!
그리고 1936년 올림픽 우승 당시 고작 25살이었던 손기정이 무슨 관록 있는 조폭 두목같은 얼굴로 등장한 것도 우습고.
세트(혹은 CG) 배경으로 등장하는 길 한복판에 나앉은 황궁우와, 엉터리 돔을 얹은 조선총독부도 볼썽 사납지 뭡니까.
2. 등장인물 설정도 한번 봅시다.
먼저 너무나 스테레오타입 투성이인 다수의 일본인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짜증나고 답답했습니다.
솔직히 "빠가야로!" 를 입에 달고 사는 이빨 삐져나온 재수없는 일본군은 여지껏 너무 많이 봐 오지 않았습니까?
다시. 오다기리 죠의 캐릭터가 20대 나이, 그것도 군 활동을 시작한지 1년 남짓밖에 안 된 일본군 대좌라는 설정은.....
초반부에 한 2분 정도 나오는, 일본군 고위직인 것으로 보이는 할아버지의 빽이 있었다면야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현실적으로 찾기 어려운 정말 어마어마한 스피드 출세자라고 할 수 밖에 없군요.
3. 사건 전개 설정도 한번 봅시다.
태평양전쟁은 커녕 심지어 2차대전이 발발하지도 않은 시점에 (해봤자 1938년 중반) 불령선인이라도 조선인을 멋대로 끌고 가서 몽골 전선에 투입시킨다는 건 말이 안되지요. 인정하기는 싫지만 사실 불순분자를 강제입대시키는 모습은 전시 일본보다는 1970년대 한국에서 훨씬 자주 보였던 거 아닐까 싶습니다.
노몬한 사건 (할힌골 전투)라는 소련군/몽골군 대 일본군 간의 전쟁에 왜 중국 여자가 일본군 저격수 노릇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막판에 소련군 비행기에 총을 날리는 걸 보면 소련군 편도 당연히 아니고, 대사를 들으니 난징 사건이나 또는 중일전쟁 때 일본군에게 당한 원한을 갚고자 하는 거 같은데, 도대체 언제, 그리고 왜 몽골까지 가서 일본군을 저격하고 있는 걸까요.
소련군 포로수용소는 별다른 고증없이 묘사한 것 같은데, 진짜 소련군 포로수용소를 사진이라도 보셨다면, 페치카 대신 구공탄 난로가 있는 숙소와 너무나 서유럽스러운 모양의 건물이 있는 곳을 소련군 포로수용소라고 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한데, 등장 인물 중 하나가 겨우 온 지 두 달 되었는데 러시아 말을 그렇게 유창하게 하면서 포로들 사이에서 반장 노릇까지 한다니, 러시아어 공부해보려 시도해 본 사람으로서 부럽습니다.
영화 중반부인 1941년부터, 영화의 막바지인 1944년까지 3년간의 공백기는 어떻게 처리하려고 할까 궁금했는데,
결국 설명 없이 에둘러 넘기는 거 보고, 허탈했습니다.
너무나 평화스럽게,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어디 찢어지거나 수선한 흔적도 없는 깨끗한 옷을 걸치고, 축구나 하면서 놀고 있는(!)
1944년 6월 초 노르망디 주둔 독일군들의 모습도 참말로 상식에서 많이 벗어난 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증 얘기는 이정도 하지요.
.
.
.
.
.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말 무엇보다도,
여지껏 너무나 많이 봐 온 클리셰들을 성의없이 콜라주해놓은 스토리라인이 대단히, 아니, 제일 실망스럽습니다.
뭐, 출처도 불분명한 딱 한 장의 사진을 가지고 만들어 낸 스토리라인이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만.
이 영화를 한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우리 (대일본제국 황군)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우왕ㅋ굳ㅋ"
제 생각에 이 영화는 오히려 일본에서 개봉하면 흥행 잘 할 것 같네요.
일단 일본어 대사가 못해도 한국어 대사의 두 세배 분량은 될 것 같고 말입니다.
강제규 감독이 이것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는데 이거 참.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