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KBS 역사스페셜을 보고...(꽤나 전문적인 잡담 - 안중근 거사 동영상 첨부) by 진성당거사

(관련 기사)

[방송가] 안중근 의거 장면 담은 필름은 어디에? 


우선 먼저, NHK 다큐멘터리에 수록된 이토 히로부미 관련 부분 전후 동영상 편집해서 올려놓는다. 이 영상에 다른 재미있는 기록필름이 많다는 것도 재미있다. 문제의 안중근 거사 필름 앞에는 영친왕 이은이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촬영한 1908년의 기록필름이 있고, 뒷부분에는 1915년 경복궁에서 열린 시정 5주년 기념 박람회 영상도 수록되어 있다.

그럼, 즐감하시길. 일본어 내레이션은 경군님을 비롯한 몇몇 강호제현님들이 솜씨좋게 번역해주시면 좋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이고, 내용이 전혀 어렵지 않으니 그냥 들어도 대충은 이해하시리리 믿는다.







위의 영상을 포함해서, 예전부터 개인적인 영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근대 기록영상물에 대해 막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자료를 수집해서 나름대로 동영상을 상당량 수집해놓았었다.

오늘 아침에야 문득 이 뉴스 기사를 봤더랜다. 그리고 기다려서 아주 오래간만에 역사스페셜을 봤고. 잘 알려져 있듯, 박은식의 [한국통사]에도 이 영상자료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주목했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이 영화가 무려 도쿄의 국기관(國技館)에서 상영되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고. 조일신문과 보지신문에 그렇게 광고까지 자세히 실려있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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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데 기사 내용처럼, 뭐 정말 새로운 장면이라도 발견했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다. 물론 별것 아닌 것에 쓸데없이 흥분해서 과대포장으로 일관하는 우리나라 방송의 행태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 '새로 공개된 장면'이라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이미 이전부터 알려져 있던 플랫폼 장면이 3초 가량 살짝 길어진 것에 지나지 않았다.

 또, 방송에서는 1941년 아사히 신문사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수록된 필름이 95년 NHK의 방영분보다 20초 정도 더 긴 40여초 분량이라면서, 아주 대발견인 것처럼 얘기를 하고 있는데, 결국 전반적인 수록내용과 필름의 길이는 거의 똑같은 것이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당시에는 이른바 팬토그래픽 프로세스 (Pantographic Process) 라고 해서, 무성영화 시대의 필름을 정상 속도로 돌리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 있었다

 무성영화시대의 일반적인 필름 상영속도는 초당 16프레임 또는 18프레임이었는데, 사운드 영화(토키)가 개발된 후의 표준 영사기 속도인 24프레임으로 무성영화를 돌렸다가는 거의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 가량 속도가 빨라져서 우리가 옛날 기록영상을 볼때 흔히 접하는, 그 '미친듯이 움직이는' 모습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1930년대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편집 과정에서 필름을 2프레임, 또는 1.5프레임씩 프린트해서 연결해 붙여 정상 속도로 만들었다.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는 몇몇 채플린 단편영화나 시네마떼끄 비디오로 나온 "국가의 탄생" 같은 영화에서도 그런 형태의 편집 흔적을 볼 수 있다. 궁금하신 분은 직접 확인해보시길.

 짧게 요약하자면, 똑같은 필름이지만 복사를 뜨면서 프레임을 두배 늘려놨기 때문에 20초가 40초가 되었을 뿐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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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전에도 KBS 홍보관 관람하면서 느낀 거지만, KBS 쪽에는 역시 영화사(映畵史)쪽 지식을 온전히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중근 거사를 찍은 카메라를 프랑스 파테 프레르 (Pathe Frere) 카메라로 단정 지을 수 있는걸까?

 게다가 방송에 소개된 그 모델은 극영화 촬영용이지, 뉴스영화 촬영용이 아니다. 뉴스영화 촬영용 카메라는 필름통이 옆에 달렸지 방송에 나온 카메라처럼 위에 달려있지 않다. 또 뉴스영화 카메라는 자연광 조명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렌즈 지름이 극영화용보다 더 크다. 뭐, 물론 당시 러시아의 영화 카메라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모델이 브리티시 고몽(British Gaumont) 회사의 것이었다는 것도 몰랐을 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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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제발, 방송 끝에 떡밥으로 던져놓은 것처럼, 이 영상의 풀 버젼을 찾아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기 바란다. 1900년대에 사용하던 질산염 영화필름이 별도의 보존처리도 없었는데 여지껏 남아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찾더라도 산소와 접했으니 다 부식되어 노란 가루가 되어 있겠지. 

이건 나운규의 아리랑을 찾으려는 움직임과 똑같은, 아니, 안중근 의사 유해를 찾겠다는 것과 똑같은, 공연한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좀더 희망적으로 말하자면, 만약 발견되면 그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덧글

  • 2009/10/25 00:4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耿君 2009/10/25 10:38 #

    어제 역사스페셜은 지대로 낚시더군요 OTL
  • 2009/10/25 18:07 #

    강호제현은 아니지만 해 봤습니다. 번역 허허허;;
  • 제3의사나이 2009/12/13 20:11 #

    저도 저 방송을 봤는데
    한마디로 돈낭비,시간낭비 했더군요

    하나도 새로운 사실이나 발견은 없는데
    일본 팔도유람하면서 외화만 낭비하고 왔다는 생각...
  • 생각하는 고냥이 2010/03/02 23:21 #

    아...정말이지 풀버젼이 있을거란 기대감을 심어주는데는 한 몫한 방송이였던거 같네요.
    내심 왠지 영상을 찾는 것이 좀 더 현실감이 있어 보일 정도였는데 말이죠....
    역시 영상기술과 관련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 입장에선 그럴싸 하게 보이도록 만든 부분도 있는거 같네요....ㅠ.ㅠ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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