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위한 悲歌...."한옥 지키려다 실명한 영국인" 기사를 읽고.. by 진성당거사

기사 링크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1031500004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5049.html

<우리의 주인공, 데이빗 킬번 씨와 부인 최금옥 씨>



<그 분들의 보금자리,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31-79번지>


1.
사실 나는 킬번 씨와 안면은 살짝 있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가을에 킬번 씨 댁에서 열렸었던 문화행사에 비록 구경꾼이긴 하지만 살짝 참가했었으니까. 그리고 이 분이 하시던 전통 차 박물관에도 종종 들렀었고.

나중에 우연한 기회에 뵙게 된 어느 유명하신 작곡가/피아니스트 한 분과 대화를 하다 이 분들 얘기가 나와서, 한국인들은 한옥을 기회만 생기면 때려부수려 하는데 영국 사람이 도리어 홀로 한옥을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서로 개탄하며, 한국 사람들이 언제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에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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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후로 이 분 근황은 요즘에 잘 듣지 못했는데 (전부터 아프시다는 말은 좀 들었지만), 오늘 기사가 난 걸 보고 또다시 분노의 물결이 머리를 휘감았다.

가회동 31번지, 그리고 그 주변의 거의 모든 지역에는 이제 콘크리트 벽돌 위에 대충 회칠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목조 기둥 몇개나 겨우 세워놓고서 기와만 얹은 뒤 화방벽으로 마감해놓는, 사실상 아파트나 다름없는 비슷비슷한 '한옥' 만 가득 들어섰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이명박과 오세훈 등등, 이 나라의 윗대가리라고 자처하는 작자들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개무시할 뿐이고. 한옥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며 기사나 책을 쓰는 사람들도, 결국 대부분은 '투자가치가 높은 부동산'이라는 결론만 내놓으려 할 뿐이다돈만 아는 천민자본주의자들의 세상이란 다 이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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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난 5년 사이, 특히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있었던 기간 동안 서울 시내의 역사적인 옛 한옥집들이 거의 대부분 헐려나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일단 내가 직접 목격한 사례만 얘기해볼까?

2003년 1월, 부암동의 현진건 옛 집을 시작으로 (연립 주택을 짓기 위해 소유주가 문화재 가지정 직전 기습철거를 해버렸다)
그해 9월에는 대한매일신보의 주필 어니스트 베델이 직접 지어 살던 독특한 한옥집이 단숨에 헐려버렸다.
같은해 10월에는 우이동에 있던 최남선의 옛 집, 소원(素園)이 완전히 헐려나갔으며 (상가와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2004년에는 원서동의 서양화가 고희동의 옛 집이 새로 사옥을 지으려 했던 한샘 디자인에 의해 절반 가까이 헐려나갔고,
2005년에는 박목월의 옛 집이 3시간 만에 굴삭기에 의해 아작나버렸다. (나는 철거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2006년에는 청량리의 김동인 옛 집 - 김동인이 전쟁 중에 죽은 바로 그 집 - 도 헐리고 그 자리엔 연립주택이 생겼고,
2007년에는 성균관대 근처에 있던 시인 김수영의 생가가 소유주에 의해 단 1시간 만에 때려부셔졌다.

나중에 관련 정보 보충해서 이 부분은 따로 포스팅을 해 보겠다.

서울시가 요 몇달 전에 새로 지원했다는 한옥 보조금 2억 4천만원은 결국은 위에서 얘기했던 쓰레기 가짜 한옥 건축과 멀쩡한 도로 다시 포장하는 돈에나 들어간다. 한번 가회동과 안국동, 체부동 쪽에서 그 실체를 똑똑히 확인해보라.

나는 그나마 한옥에서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조금이라도 알고, 이 기사를 읽고 정말 가식없이 분노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행운인것 같다.
 
 

P.S.

데이빗 킬번 씨가 홈페이지 메인에 썼던 글,

Heritage is a visible expression of culture and history. For each nation, it is a tangible testimony of their roots

without which their present would be impoverished and their future would become sterile and empty.

Cultural heritage contributes to the development of a sense of citizenship and a sense of belonging.

It contributes to the quality of life and to the character and beauty of our living enviroment.


구구절절히 옳은 말이다. 번역도 있긴 하지만, 가카와 그 떨거지들은 아무래도 Vulgar한 한국어보다는 상국의 언어 English를 더 좋아할 것 같아, 혹시나 이 누추한 블로그에 이들이 한번이라도 와준다면 이걸 읽어줬으면 한다.

추가 읽을 거리, 그리고 이 나라의 윗대가리들이 정말 이런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목격하고 싶으면,
저 두 분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로 가 보실것.

데이빗 킬번 씨의 홈페이지 : http://www.kahoidong.com/
최금옥 씨의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jadekilb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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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unkbear 2009/10/31 13:49 #

    저도 저 기사를 읽고... 참... 부끄럽더군요.
    저 기사가 야후 메인에 오르지 않았다면 저런 일이 있었는 줄도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라서... ㅠ.ㅠ
  • 을파소 2009/10/31 13:52 #

    곳곳에 흩어진 한옥은 별로 뽀대가 안 나니까요. 청계천 하나 해놓으니까, 뽀대도 나고, 옛 문화와 자연을 복원(하는 척)도 하고, 좋잖아요?
  • 어릿광대 2009/10/31 14:47 #

    다음 메인이었나 네이버메인뉴스로 봤는데 아 진짜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 소시민 2009/10/31 17:58 #

    이역 만리 먼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베델의 한옥집이 단번에 헐려버렸다니...

    정말 저승에서 그 분을 뵐 면목이 없게 생겼습니다.
  • 2009/10/31 18:3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ㅇㅇ 2009/10/31 19:16 # 삭제

    그런데 서울 안은 어쩔수없는거 아닌가요;; 땅이 부족한데 정 한옥을 지키고 싶으면 모금이라도 해서 외곽으로 옮기는게 좋을 듯 합니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서울로 계속 모이면 산 같은거도 밀어야 될 판인데 문화재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서울안은 이주금지를 시킬 수도 없고요.
  • S 2009/10/31 20:40 # 삭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란 소린가요.(-_-); 역사적 보존 가치가 마땅히 있는 한옥을 옮기자는 발상은 좀 아닌듯 싶네요.(-_-);
  • .... 2009/10/31 21:11 # 삭제

    음~~~~ 한옥은 서울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땅부족은 서울로 오는 인구가 많아서 그런거지 인구분산만 시키면 한옥들 충분히 보존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재가 괜히 문화재가 아니지요. 한번 밀면 영원히 사리지는것인데 별 수있다니요?ㅡㅡ;;
  • FELIX 2009/10/31 21:30 #

    서울 한복판에서 교통 흐름에 방해되는 숭례문도 헐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지, 그 알짜배기 땅에 있는 경복궁을 허물고 아파트를 지으면 이거야 말로 대박!
  • 냐핫 2009/10/31 23:34 # 삭제

    밀어낼 생각보다 다른 생각을 먼저 해야할 듯... 그러나 가카는 옮기라고 할 듯...그리고 그 자리에 빌딩지으라고 하겠지...%@#$#@#$!@#@
  • 주차장 2009/11/01 00:32 #

    문화라는 것에 대한 잣대가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친다면 도시는 성냥갑 건물만 있어야 하는군요. 흠.
  • 2009/11/01 01:06 # 삭제

    ㅇㅇ님이 진심에서 우러나는 목소리로 말씀하신 것인지 씁쓸하게 말씀하신 것인지는 모르지만
    서울에서 사는 입장에서 저 말이 헛소리로 들리지 않는게 입맛이 쓰네요.
  • 그건 2009/11/01 08:43 # 삭제

    니가 병신이라서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학교는 왜 다니고 사는건 왜 사냐 병신아?
  • Ha-1 2009/11/02 11:21 #

    이 답글이 왜 이렇게 욕을 먹는지 모르겠군요. 서울이 희귀해져야 이득보시는 땅주인들이신가..
  • ㅇㅅㅇ 2009/11/06 12:31 # 삭제

    이 글 보고 좋은 아이디어 떠오름! 청와대를 부지 축소하고 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거임! 좀 짱일듯! 대통령 집무실은 꼭대기층 (20층)으로 해 줌!
  • 한숨만 2009/10/31 19:28 # 삭제

    저 두분에 대해선 당연히 안타까움과 송구스러움이 앞섭니다.

    그러나

    보존하지 않고 부순 사람들의 재산권 행사에 대해선 욕을 할 수가 없군요.
    잘했다는게 아니라

    내가 그입장이어었도 부수고 빌라 세웠을것 같아요.

    한옥을 지킨다는게 어떤 의미인지....적어놓은신 영어글귀가 와닿지가 않아요.
    면면히 이어내려오는 유산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감흥이 없어요.

    어디서도 가르치지도 않고 배울의지도 없고 이미 그런건 다들 의식 밑바닥속에 꾹꾹 눌러 팽개쳐버린지 오래지 않습니까.
    저도 아이들한테 그딴거 안가르쳐요.
    그놈의 먹고사니즘

    그런면에선 분노할줄 알아서 다행이다라는 진성당거사님의 말이 오히려 와닿네요.

    저렇게 되도록 각종 룰을 만든 시장이었던 이명박이나 오세훈이나 같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나 별다를 것 없는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 한국에선 모든 가치는 하나로 통합니다.

    '돈'

  • 烏有 2009/10/31 19:41 #

    이나라는 미쳐가고있는거죠, 정말.........
  • Yuzu 2009/10/31 20:09 # 삭제

    대충 번역 합니다.

    유산은 명백하게 볼수 있는 문화와 역사의 표현입니다. 모든 국가에게 유산이란, 만약에 없으면 현재를 피폐하게 하고 미래를 불능과 공허로 만드는 뿌리와 전통의 실체적인 증언이죠. 문화적 유산은 시민의 자부심과 소속감을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하며 국민의 삶의 터전에 의미, 개성과 아름다움을 부가합니다.
  • Yuzu 2009/10/31 20:14 # 삭제

    ..랄까 진짜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기는 합니다.

    오천년의 역사가 있어도 그 실제적인, 육안으로 볼수 있는 증거로 남겨놓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 작가 2009/10/31 20:23 #

    우리나라에 빈 있었으면 빈도 때려부술 기세야!


    야 신난다!
  • 은백희 2009/10/31 20:31 #

    아무리 배금주의가 만연한 세상이어도.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군요....

    갑자기 왜 눈물이 나려고 하죠.
    아니 진짜 하다못해 "그" 열도도 보존할 건 보존하는데.


    베델 집을 허문 건 진짜 충격적이네요.

    대한민국은 참 지지리 관(官)복도 없다고 느끼는 건 저 뿐인가요.
  • 鷄르베로스 2009/10/31 20:36 #

    천민자본주의라고 비난만 할 것도 아니죠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나름 불만이 많죠
    저걸 제대로 관리하려면 국가에서 그근방 한옥을 일괄구매하고 관리인을 고용해서 민속촌처럼 꾸미면 됩니다만
    만약 그런 조치를 취하면 무슨 소리들이 나올지 또한 모르죠

    체부동 골목사이사이 걷다보면 흉흉하게 걸어놓은 플랜카드 보는거 어렵지않습니다.
    단지
    조상들이 물려주신 한옥을 마구잡이로 부수고 ...이렇게만 볼 문제가 아니라는겁니다.

  • 삼천포 2009/10/31 20:56 #

    빡치는 얘기네요
  • 바람 2009/10/31 21:13 # 삭제

    맹박이는 양키소 사건전에 청계천 옛돌다리 다 훼손시켜 놓은것 때문에 이미 뿔이 났었습니다. 저분은 일본인이에요, 그것도 한국 절대로 싫어하는 일본인.......
  • 각하 2009/10/31 21:15 # 삭제

    서울에서 나쁜 일이 있었으면 모든 게 다 이명박 탓이야! 깔깔깔!
  • 腦博士™ 2009/10/31 21:18 #

    가만 보면 서울 시장이란 사람이 디자인 르네상스 어쩌고 하면서..
    옛 정취를 다 쓸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해요..
  • 스타라쿠 2009/10/31 21:21 #

    서울시가 요 몇달 전에 새로 지원했다는 한옥 보조금 2억 4천만원?

    서울시가 요 몇달 전에 새로 지원했다는 한옥 보조금 2억 4천만원...
  • 레이코 2009/10/31 21:23 #

    정말 저도 왜 아무런 감흥도 없는걸까요?
    그저 돈돈 돈
  • 비르투 2009/10/31 21:31 #

    보수주의는 원래 전통을 지키는 것 아니었나... OTL
  • 모래성 2009/10/31 23:13 # 삭제

    답답하죠. 저렇게 다 때려부수는걸 보면...-_-;;
    그건 그렇고 몽몽이나 근데는 건축허가가 서울시장 권한이라는것도 모르고
    설치는걸 보니 황당하네효. 모르면 말을 말지. 무식이 철철 흘러 넘칩니다. ㄲㄲ
    애초에 수치심이라는게 없으니 저리 설레발이 치는거겠지효.
  • 2009/11/01 01:09 # 삭제

    멍멍이는 그냥 짖습니다. '멍멍'

    사람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요? 에이 너무 피곤하셨군요.
  • Q 2009/11/01 00:18 # 삭제

    우리나라는 전통을 엿바꿔먹을만한 것도 못되는걸로 취급하니...
  • 오메 2009/11/01 03:12 #

    이제는 돈에 환장하는 짓 그만 할때도 되지 않았나......
  • 다복솔군 2009/11/01 03:50 #

    한글판이 비문이 많아서 직접 메일을 보내 허락 받고 글을 다듬어보고 있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가카는 천조국 말을 좋아하실 것 같네요 -_-ㅋ 실수했다.
    박목월의 집이라면... 그 십구문 반 신발이 있던 그 곳인가요. 에효.

    서울에 십수년간 살면서도 그런 것 하나 지나친 저로서는 그저 이런 분들에게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 Jina 2009/11/01 12:13 #

    이명박-오세훈......후대의 평가는 과연 어떨까요?
  • 淚兒 2009/11/01 13:54 #

    흐음 건축허가는 시장권한이었군요. 모르고 있었다능... 그나저나 디자이너로써도 답답하네요. 그냥 다 때려부수다니 그게 다 아름다운 예전 디자인들이구만-ㅅ- 요새 mb가 하는거 보면 우리나라 앞날이 깜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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