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공민왕의 초상화 (1917년 당시 경기도 장단군 화장사 소장) by 진성당거사


위 사진은 경기도 장단군 진서면 대원리의 화장사 (華藏寺)에 있던 고려 공민왕의 초상이다. 종묘 공민왕신당에 모셔져 있다가 얼마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된 공민왕 초상과는 확실히 다르게 생긴 유물이다.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에는 화장사에 공민왕 초상이라고 알려진 유물이 있었다는 기사가 세 차례 나온다. 본래는 이 곳에 3개의 초상이 있었는데, 이들 중 2개의 그림이 공정대왕 (조선 정종) 부부의 초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굉장히 낡은 초상화가 하나 또 있었는데 그것은 고려 공민왕의 초상이라고 전해지고 있었다. 

조정에서는 공정대왕 부부의 초상이라는 그림들을 일단 예법을 갖추어 궁궐로 모셔왔으나, 이것을 진품으로 인정하고 선원전에 봉안할지의 여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가 결국은 그 진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시 화장사에 되돌려보내었다. 이러면서 도화서에서 보관하고 있던 또 다른 공민왕의 초상을 "망한 나라 임금 초상을 관청에 두어 봐야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화장사에 함께 보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서는 별 기록이 없다가, 1917년 (대정 5년)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보고서에 이 초상화의 사진과 함께 아래와 같은 기록이 남았다. (혹시나 어줍잖은 일어 실력 때문에 자칫 오역이 될 수 있어서, 해석 대신 고적조사보고서의 원본 페이지 스캔을 올려놓는다.)



이 그림의 조사자는 그림의 진위 여부 (특히 공민왕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는 전설)에 약간 회의적이기는 하지만, 전후 사정으로 미루어볼때 저 그림이 공민왕의 초상일 가능성은 굉장히 높은 것 같다. 하지만 6.25 때 폭격으로 쑥대밭이 되어버린 화장사의 상황을 감안할 때, 저 그림이 지금까지 보존되어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아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덧글

  • 어릿광대 2009/12/20 20:10 #

    전쟁의 나쁜점중 하나가 문화재가 타버리거나 약탈등등으로 없어진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 自重自愛 2009/12/20 22:00 #

    1. 아악, 나의 공민왕은 이렇지 않아!!! ㅠoㅠ;;;;

    2. '高麗 恭愍王'이 아닌 "高 恭愍王"은 무슨 표기인지 궁금.

    3. 공민왕 머리 위의 통천관(?)은 조선시대의 모양과 다른 것 같군요. 태조 왕건 청동상의 모습과 더 닮은 것 같다능.
  • 진성당거사 2009/12/20 23:19 #

    1. 그래도 종묘의 공민왕 초상보다는 보다 왕다워 보이지 않나요? 그 옆의 노국공주 초상화는 진본을 모사한 거지만 공민왕 초상은 추정해서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활판인쇄 도중의 오류, 그러니까 오식인거 같습니다.

    3. 왕건 청동상이랑 정말 흡사하다는 생각은 저도 했지요.
  • 2009/12/20 23: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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