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 히스 여사가 돌아가셨군요......(간략한 잡담) by 진성당거사

'숨은 집 식구들', 즉 안네 프랑크 일가와 페터 판 펠스 일가가 2년 남짓 숨어 지내는 동안 그들을 도운 조력자들 중 하나였던 미프 히스 (Miep Gies) 여사가 지난 11일, 100세를 일기로 돌아가셨습니다.

미프 히스 (Miep Gies, 1909.2.15 ~ 2010. 1. 11.)


중학교 때 학교 도서실에 있던 '안네의 일기'의 이른바 무삭제판을 읽었던 후로 이 허영심 많고 건방지지만 다분히 위트있고 지적이었던 꼬맹이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었습니다. 그리고 '안네의 일기' 이외에도 관련 서적 여러 종 (네덜란드 전쟁문서국이 펴낸 안네의 일기 주석판부터 온갖 크로싱-레퍼런스 서적들에 이르는) 을 따로 모아 하나의 작은 컬렉션을 이루기까지 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되던 해에는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갤러리에 안네 프랑크 관련 전시가 있었을때 15,000원이란 거금을 털어 전시를 관람하기까지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제가 안네 프랑크에 그토록 관심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중학교 입학 무렵 '쉰들러 리스트'와 '안네의 일기' 영화판 (1983년 버젼), 그리고 기타 홀로코스트를 다룬 수많은 소설과 책을 섭렵했던 뒤 한때 2차대전 당시의 민간인 희생에 집착에 가까운 관심과 탐구를 벌였던 탓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분의 일생에 대해 긴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건 위키피디아만 뒤져도 충분히 아실 수 있는 내용이구요.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 (한 사람도 아닌) 8명의 목숨에 책임을 지고, 그들이 남긴 흔적들을 끝까지 간수하면서, 평생 겸손하게 조용히 살아왔다는 건, 다분히 대단하지 않을 수 없고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5년에 출간되었던 멜리사 뮐러의 '안네 프랑크 평전'의 에필로그에서, 미프 히스는 단순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척 단순한 말인데도, 화려한 미사여구 몇백 마디보다 더더욱 감동적이고 설득력 있는 말이지요.

"1차 세계대전 중 체중 미달에 결핵을 앓았던 나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나는 그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곤경에 처하는지 잘 알았기에 그들을 도와주었다."

여하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S.
미프 히스 여사 관련 사진 한두장을 더 올려봅니다.

미프 히스와 얀 히스의 결혼식, 1941년 7월 28일
* 앞줄 제일 왼쪽에 있는 소녀가 안네 프랑크이고, 그 뒤의 남자가 아버지 오토 프랑크입니다.
(유투브 동영상 캡쳐라 화질이 나쁜거 이해해 주시길.)


전쟁이 끝난 다음 다시 모인 '숨은집 식구들'의 기념사진, 1945년 10월.
왼쪽부터 미프 히스, 요하네스 클레이만, 오토 프랑크, 빅토르 쿠흘러, 베프 보스퀼.


미프 히스와 얀 히스 부부, 아들 파울, 그리고 오토 프랑크 (뒷쭐 제일 왼쪽), 1968년.

안네 일가의 은신처를 방문한 미프 히스와 남편 얀 히스, 1985년.



덧글

  • 먹보 2010/01/13 21:38 #

    좋은 일을 하셔서 그런지 오래 사셨군요..안네의 일기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씻을 수 없는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 自重自愛 2010/01/14 07:55 # 삭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hyjoon 2010/01/14 12:22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010/01/14 14:37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목을 보고 순간 "미스 히프?" 라고 생각한 저를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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