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링크+잡상) 도쿄 한복판 일본 왕실에 '조선'이 갇혀있었다 by 진성당거사

(중앙일보 기사 링크)

기사를 읽고 든 생각은 여러가지다.

일단 별것도 아닌 것이긴 하지만 먼저 한두가지 토를 달자면,

1. '일본 왕실'이라는 표현은 이제 좀 그만 쓰면 안되나? 
2. 그리고 궁내청이 현재 일본 천황가의 직속기관인 것도 아니지 않은가?
3. 기사가 너무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참으로 거북하다.

뭐, 그 정도는 대충 넘어가도록 하자.

약탈 문화재의 소유권 청구라는 것은 비단 한일 간의 문제 뿐 아니라 이 시각 세계 방방곡곡에서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문제이다. 그리스와 영국, 이집트와 프랑스, 터키, 이탈리아와 미국 등등, 이런 문제로 인해 수십년 동안 마찰을 일으키는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약탈 문화재 소유권 청구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주목받기 시작한 (아직도 중점 현안은 아니지만) 문제다. 그리고 그 잘나신 '선진국'들도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약탈 문화재를 무조건 되가져오는 것에는 다분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적어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프랑스에 가 있는 외규장각 도서도 그렇고, 일본 내의 온갖 한국 유물들도 그렇고, 그 외에 해외로 반출된 모든 유물들을 다 한국의 소유로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합리적인 행동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단순하게 근본적으로만 접근하자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유물에 한국인과 한국 정부가 소유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권리는 분명 정당한 것이라고 본다. 

다만, 내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부끄럽게도 한국은 아직도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나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본이든 프랑스든, 그네들의 문화재 보존 수준에 비하면 한국의 문화재 보존 능력은 수준에서나, 의식에서나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다. 이 기가막힌 상황을 증거하는 예는 들어보자면 한이 없지만 당장 떠오르는 건 대략 아래와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아직도 완전한 소장유물 목록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며,
2년 전에는 국보 1호가 사람들 눈앞에서 처참하게 불타버린 사건도 터졌고,
도굴 및 도난, 그리고 이어지는 해외 밀반출은 아직까지도 엄청나며 
   - (문화재청 도난문화재정보가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 되는지 확인해보라),
● 경주 첨성대와 강화도 참성단을 헷갈리는 사람도 정말 부지기수인데다가,
건조물의 복원/보수 공사는 치밀한 고증이나 세심한 감리없이 무조건 '경제적인' 방향으로만 이루어지고,
그나마 이놈의 '중도실용' 정권 아래에서 보존과 관리에 필요한 기초 예산은 계속해서 깎여나가고,
무엇보다도, 문화재를 먼지쌓이고 냄새나는 고리타분한 고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 (그게 아니면 돈을 투자할 '투자 자산'으로만 생각해버리던지.)

이런 판국에 궁내청 도서와 외규장각 도서 따위를 막무가내로 들여왔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당최 알수가 없다. 도난당하거나 분실되거나, 소재지 불명이 되어버릴수도 있고, 이미 상태가 나쁜 책들이 더 상태가 열악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른 유물들도 마찬가지이고, 이미 선례도 있다.
1965년에 일본에서 반환된 유물들의 상당수가 지금 어떤 꼴로 전락했는지를 보면 정말 한숨만 난다.

섣불리 반환운동을 추진하기 전에, 먼저 우리 스스로의 보관 능력과 보존 처리능력을 검증하고 보완하며,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준비부터 해 놓아야 할텐데, 중앙일보같은 '주류 언론'이 이렇게 크게 일을 터뜨렸으니, 조만간 또 여론이 들끓어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디 그러지 말기를.

덧글

  • 초록불 2010/03/24 14:01 #

    중박 목록이 아직도 완성이 안 된 건가요...
  • 진성당거사 2010/03/24 17:56 #

    일제시대부터 1953년까지 들어온 유물은 총독부박물관 목록과 이왕가박물관 목록, 멸실 목록(6.25 전쟁 등으로 소실되거나 파손된 유물 목록)이 있고, 그 이후에 들어온 것들은 상세 목록이 아닌 기록 카드 수준에서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통합하여 정리된 목록이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뭐, 하기사, 무령왕릉 발굴 유물을 이제서야 정리하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 초록불 2010/03/24 17:59 #

    제가 대학 다닐 때도 듣던 이야기인지라... ㅠ.ㅠ
  • 슈타인호프 2010/03/24 14:04 #

    중앙일보 이하 누가 떠들어도 일본 쪽에서 들은 척도 안 할 거라는데 일말의 위안(?)을...
  • 진성당거사 2010/03/24 21:26 #

    사실 기사에 소개된 이 고서들은 궁내성 소장품이니 반환이 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인 소유 문화재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어쨌든 현재 일본 국유 재산이니까요. 이 경우에는 보존 능력과 유물의 활용 능력에서 우리가 우위에 서야만 그제야 얘기가 통할 것 같구요.
  • 들꽃향기 2010/03/24 16:55 #

    "1965년에 일본에서 반환된 유물들의 상당수가 지금 어떤 꼴로 전락했는지를 보면 정말 한숨만 난다."

    -> 이거슨 슬프지만 진리. 엉엉.
  • 진성당거사 2010/03/24 18:08 #

    정말 한숨나는 일이지요. 한숨, 두숨........;; (도망가다 자빠진다)
  • 소시민 2010/03/24 18:26 #

    그러고보니 투르키스탄 일대의 실크로드 관련 유적 잔해나 유물도 현지 농민들의 농사일 통에 많이 훼손되었다는 사례를

    <실크로드의 악마들>이란 책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하긴 르콕에 의해 독일로 반출된 벽화도 2차 대전 당시 연합권의 폭격으로

    소실되었다고 하니 유물의 온전한 보존이란 쉬운 일이 아닌듯 합니다.
  • 진성당거사 2010/03/24 21:24 #

    실크로드 벽화를 언급하시니까 생각이 났는데. 1912년에 일본 오오타니 탐험대가 약탈해온 상당수의 천불동 벽화 잔편이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보존의 능력을 갖추고서 외규장각 문서 등을 받아오는 날에는 그 즉시 이 유물들을 원위치에 갖다 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약탈문화재를 환수해 오면서 다른 한 편으로 타국에서 약탈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합리하니까요. 하지만 물론 이건 중국과 중앙아시아 일대 국가들이 이 벽화들을 제대로 보존할 능력이 갖춰져 있을 때 해결될 문제겠지요. 이 경우에는 한국에서 현지 보존을 위한 전문가들을 파견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만, 국박의 예산으로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군요.
  • 한국지 2010/03/24 19:36 # 삭제

    집안 꼴이 워낙에 개판이라 유괴된 아들 돌아와봤자 애 하나 망치기만 할게 뻔하다
    게다가 고맙고 다행스럽게도 훌륭하신 유괴범이 아들을 잘 키워주고 있지 않은가.
    집안 건사 제대로 하기 전에는 아들 되찾을 생각도 하지 말아라.
    ..,뭐 이런 고견이지요?

    문화재를 보존할 능력도 없고 국민의식도 없고 전문가도 다 엉터리고,
    1965년의 한숨나는 한심한 상황이 2010년 현재까지도 그대로라니
    대한민국은 지지리도 무능하고 열등한 나라였군요.
    혐한류, 그거시 슬프지만 진리입니다. 엉엉.
  • 진성당거사 2010/03/24 21:17 #

    일단 이 글이 변명처럼 들리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혐한류에 속한 사람도 아니고, 자학사관에 물들어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친일 분자도 아닙니다. 다만, 링크 걸어둔 중앙일보 기사가 앞뒤 재어보지도 않고 맹목적인 반환을 요구하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건 사실이죠. 정말로 지금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되돌려달라고 하는 건 결코 잘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국내의 문화재 보존 실태와 의식은 정말 참상이라고 밖에는 부를 수 없는 사례가 너무 많았고, 지금까지 그런 사례의 현장을 여러차례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섣부른 반환논리가 더 큰 화를 부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구요.

    님께서 드신 유괴범 얘기는 조금 지나치신게 아닌가 합니다. 일단, '유괴범'에 해당하는 일본인들이 이들 유물을 잘 간직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과거에 이들은 명백히 자신들이 약탈해간 한국 문화재가 지닌 가치를, 자국의 것과 비교하며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홀대했지요. 제가 위에서 든 의식구조 운운 얘기는 일본인들/프랑스인들의 자국 문화재에 대한 보존 수준과 의식 수준에 대한 말이었습니다.

    좀더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까치출판에서 번역되어 나온 샤론 왁스먼의 "약탈, 그 역사와 진실"을 읽어보시지요. 한국의 사례는 아니지만, 이집트, 터키, 그리스 등의 국가들에서 끊임없이 불거져나오는 반환 논리와 그 전개, 그리고 좌절에 대해서 꽤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 한국지 2010/03/25 16:40 # 삭제

    문화재보존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는 저도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러나 이걸 회수문제와 연결해서 비약하는 것이 혐한들의 논법을 연상시켜서
    빈정거리는 식의 무례한 답글을 달았습니다.
    이점은 죄송합니다.

    요는 이렇습니다.
    (1) 문화재 보존 실태가 엉망이므로 개선해야 한다
    (2) 유출된 문화재의 회수노력을 보류해야 한다

    문화재반환을 거절하는 측이 즐겨 사용하는 논법입니다만
    이 두가지 명제는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회수노력을 벌이되, 이를 좋은 계기로 삼아 우리 보존실태의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개선한다
    ..가 올바른 접근이지요.

    다만,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매우 특별한 상황
    곧, 기사에서 말하는 통전이나 의궤 류가 반환되면 우리 문화재전문가들이 지극히 무능하고
    관련 법제가 엉망이며 또한 개선의 여지가 없어서 훼손될 게 거의 확실하다 <- 이 경우에는
    저런 논리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비단 돌려주지 않으려는 쪽의 변명일 뿐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도 타당한 논리입니다.
    훼손될 가능성이 실제로 높다면 차라리 일본측이 보관하는게 나으니까요.
    그러나, 그 정도의 막장은 아니니 '(1)이므로 (2)'라는 식의 논리는 논리비약입니다.
  • 2010/03/25 01:01 #

    망가지더라도 우리 손 안에서 망가지면 된다는 생각인지도 모릅니다.

    망가지는 것보다 남이 갖고 있는 게 더 싫은 모양이니.
  • 랍사 2012/03/07 03:43 #

    뒤늦게 발견한 글입니다만 저 역시 한국지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묻고 싶네요.

    한국 문화재관리부서가 글쓴이님 및 약탈국(특히 일본)의 기준에 맞게끔 유물보존에 전문적이 된다면, 그 즉시 각나라들은 한국의 문화재반환요구의 정당성을 바로 인정하면서 기꺼이 돌려줄까요? 아니면, 문화재반환의 기준이 능력여부라고 그 나라 각부서들이 공식적으로 발언했거나 실제로 어느 정도 이상의 능력을 갖추면 반환하겠다고 의사를 발표했나요?

    대답은 아니라고 봅니다.

    글쓴 분의 글은 그저, <한국의 보존능력이 없으므로 다른 약탈국이 유물을 계속 갖고있는 것이 정당! 돌려주지 않는 건 약탈국이 나빠서가 아님! 뭐 보존만 잘하면 되지않나>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그대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거나, 몇년전 방화사건으로 대표되는 허술한 관리에 지나치게 비관하신 나머지 이런 처리나 하는 곳에서 받아들여봤자 망가질 뿐이라고 자조하는 마음에 하시는 말씀이겠죠.

    그리고 단순히 빠른 처리 요구가 걱정이라 표현이 격하게 나왔다기엔 글 자체가 <우리나라의 유물 반환 청구요구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 근거는 허술한 유물보존이다>라는 한국지님이 말씀하시는 전형적인 혐한논리 혹은 일본측에 대한 무조건옹호논리에 입각한 주제로 쓰인 글이라서 읽으면서 당황스러웠구요. 아마 보시는 자료가 제국주의의 유물약탈과 그 반환을 요구하는 나라의 자격론에 대한 서적이었고, 그외에 정리된자료로는 일본 위주의 자료가 꽤 많다보니 무의식중에 영향을 받으신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마 부인하시며 그냥 자신은 중립적 입장에서 어느 나라의 유물이 어디있든 상관없는 입장일 뿐이라고 말씀하실 것 같지만요.
    정말 유물보존 그 자체만 걱정하고 계시다면, 각종 준비미흡과 제도보완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만 풍부한 자료와 함께 날카롭게 지적하는 차원에서 끝나야하는 거겠죠. 일제시대및그후한국에서복원한전통건물에 대해 쓰신 글처럼요.

    이렇게 반환을 요구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가 글의 메인인 글을 쓰시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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