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점에서 발견한 괴악한 책 몇 권.......(무조건 피하고 보라!) by 진성당거사

* 책 리뷰를 빙자했지만 사실상 남은 게 악 밖에 없는 글이니, 진지한 리뷰를 생각하셨다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교 들어오고 나서는 신청만 하면 내가 원하는 책을 항상 구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서점을 자주 들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휴학도 해버리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원체 많아지다 보니 자주 자주 책을 읽으러 동네 서점들을 자주 기웃거리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동안 서점들을 기웃거리다보니 온갖 괴악한 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열되어 있고, 개중에는 베스트셀러의 꼬리를 달고 있는 것도 있지 않은가?

뭐, 펄프 값이 아까운 떡사마와 백모씨 책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새삼 여기에 더 글을 쓸 것도 없지만,
지난 한 달 사이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책 세 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이 세 책 모두, 여러 곳의 서점에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아래의 책들은 제발, 누구든 서점에 가서도 절대 읽을 생각은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1. 모 출판사에서 낸 그림 동화책


"세계 미술 거장들의 예술 혼이 살아있는 명화 그림동화책"이라는 카피 때문에 이게 뭔가 싶어서 문제의 물건을 보고서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예술혼이 살아있는 그림책'의 정체란......



그렇다. 이 동화책은 다빈치나 모네, 고흐 등등의 그림들을 조잡한 컴퓨터 작업 따위로 수정해서 세계 명작동화 삽화인 척 하고 끼워넣은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기껏 애들 보는 동화책에 뭐 그런 식으로 흥분하냐고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들이 과연 '거장의 예술 혼' 을 느낄 수 있을까? 그리고, 이게 정말 얼마나 교육적인 건가?  미루어보건대 이 동화책을 기획한 사람은 치졸하게도 이따위 기획을 통해 강남 아줌마들의 돈주머니를 노린 모양이지만, 다 글렀다. 이 동화책 읽고 나중에 예술 혼을 불태우거나, 그것도 아니면 대입 논술고사 점수를 잘 받을 사람은 없을 거라고 본다.  



2. '백년의 여정' - 정사의 전윤 한암당 이유립 평전


전윤(傳胤) 이라는 말은 '어떤 계통을 전해서 받듦'의 뜻인데, 그러니까 환단고기를 공개해서 바른 역사의 계통을 이어갔다는 소리.
결국은 이유립의 주장을 모조리 다 갖다 인용하고 있을 뿐. 그런데, 인터넷에서 찾으니 이런 캡쳐 화면이 뜬다.


보셨는가? '평전'이라는데, 이유립이 썼단다. 사실 이건 네이버 책 정보의 입력 오류인 것 같긴 하지만, 사실상 저 양종현이란 사람은 이유립의 유령에 조종당하는 좀비에 지나지 않으니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책을 몇 페이지 훑어보니, 이병도가 단군을 죽을때까지 부정했다는 '증거'로 저 86년 조선일보 기사를 친절하게 스캔해 실어놨다. 인터넷에서 저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고 퍼나르는건 이해를 하겠다만, 책을 낸다면서 이딴 식으로 하면 어쩌라고? 그리고 가만히 보니 이병도가 말년에 참회했다는 얘기와 끝까지 대마왕의 자리를 지켰다는 얘기가 일관성없게 뒤섞여 있다. 어쨌든 한 가지 일관성 있게 지켜지는 건 기성 '강단사학계'에 대한 처절한 증오 뿐.

저 사진에서도 흐릿하게 보이지만, 문제의 저자는 이 책에서 '모 학회'를 들먹이기 좋아하는데, 문제의 이 페이지에는 괄호를 열고 (동아리)라고 해놨다. 아마 증산도 동아리 따위에서 초청강연 따위를 했던 모양이다. 

한가지 안타까운 건 이 책이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에도 들어왔다는 것. 신청자가 누구인진 모르겠다만, 이 쓰레기같은 책을 우리가 낸 등록금으로 구입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용서하고 싶지 않다. 


3. 뎅기 (이 책은 2006년에 처음 출간된 모양인데, 최근 재판이 다시 나온 모양이다.)

"신과 진화에 도전한" 이라는 카피가 참 자극적이다.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출간된 무렵에 '신에 도전한' 운운하는 카피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기에 '진화'까지 섞어놓은 것이 아닌가 싶어서, 이게 당최 뭔 소리를 하는 책인가 하고 읽어봤다.

 
'뎅기'는 옛날 고어로 '영원한 푸른 하늘'이라는 뜻이란다. 참고로, 본인의 집에 있는 무시무시한 크기의 '우리말 큰사전'을 다 뒤졌지만 저런 단어는 없었다. '뎅기 열'이라는 것은 있었는데, 그건 열대 지방 질병의 이름이었다. 

내용을 훑어보니, 결국은 라엘리언.........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 공부하기도 바쁜 우리를 학교 강당으로 끌고 가서 억지로 라엘리언 강연을 듣게 시켰던 개떡같은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정말 구역질이 났다.

히브리 성서의 신을 가리키는 단어 '엘로힘'을 외계인 언어라면서 무식의 극치를 달리고, 저런 헛짓이나 하면서 가끔씩 복제인간 드립이나 치고, 돈이나 잔뜩 쟁여놓은 저 따위 사이비 컬트 집단의 추종자가 한국에서 저런 책을 낼 줄이야.

라엘리언들이여, 당신네들의 지도자 라엘, 즉 클로드 보릴롱이 봤다는 외계인은 어쩌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 책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고 인터넷을 뒤지다 찾은 이 사진이었다. 어느 고딩이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진지한 독후감까지 썼던 것이다. 

하여간, 출판사 사람들이 부디 이 책 그만 찍어주길.
 
그리고, 위에 언급한 책 세권이 시야에 들어오면,
.
.
.
.
.
.

무조건 피하고 보라!!

덧글

  • 2010/05/03 21: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10/05/03 22:21 #

    아이고...
  • hyjoon 2010/05/03 22:37 #

    책이 신성하다는 소리는 진실이 아닐 때도 있습니다......(먼산)
  • 2010/05/03 22: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야스페르츠 2010/05/04 00:17 #

    묵념..........
  • dkvmsao 2010/05/05 19:39 #

    음, 책은 아무나 쓰고 낼 수 있는건가요? (…)
  • 캐스트너 2010/09/13 11:38 #

    아~ 이 글 너무 웃겨요. 크하하! 서점가의 지뢰제거반 돌돌이님!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