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短想..... by 진성당거사

오늘부로 돌아온 지 꼭 1주일 지났다. 훈련소 안에서의 4주 동안, 과연 국방부 시계는 진짜 안 돌아가는구나 했는데, 그 후 사회에 돌아왔더니 1주일 가는 건 정말 순식간이다. 훈련소 경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다들 똑같은 체험을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그 얘기를 꺼내게 되면 그 4주 동안의 기억을 되감기하고 재생해야 한다는 부담이 머릿속에 밀려들어온다.


사실 아직까지 잠을 자다가도 그 짜증스런 기상시간 스피커 잡음과 분대장들의 닦달이 보고 들리는 듯한 환각에 사로잡힌다. 오늘도 새벽 다섯시 사십분에 퍼뜩 깨었다가 또 잠들었다. 뭐, 그래도 금세 나아지겠지. 이런 환경에 2년이나 노출되는 현역들의 고충이야 어련하겠나.


4주 동안 제일 갈급(渴急)했던 것 - ‘갈구‘ 수준이 아니다 - 은 당연히 이성(異性), 특히 내 여신님으로부터의 위안이었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특히 훈련 과정 중 제일 힘들고 고되었던 3주차 무렵엔 그랬다. 훈련소 중대장은 그때쯤 되면 사회에서 고민하던 것들이 하나 둘 씩 잊혀진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내가 누리던 것들에 대한 갈망이 커져만 갔다.    


육체적 위안이 필요하다고 해서,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들 몇몇이 연예인 사진 보며 밤마다 몰래 손장난하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정말 그 무렵엔 정말 내 님의 살과 체온이 너무 그리웠다. 아니, 필요했다. 132명이 뒹굴거리는 막사 안에서 물리적으로 외롭지는 않았지만, 그녀와 완벽히 ‘차단’되었다는 사실에 한숨만 절로 나왔다. 간접 경험으로의 섹스는 넘쳐흘렀지만 - 여지껏 내가 알고 있던 건 정말 새발의 피였다 - 좋은 향기와 좋은 따스함이 있는 사람과 나누는 교감의 기회가 지독히도 멀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4주 훈련이 다 끝나고, 연병장에서 퇴소식을 끝낸뒤 세레모니랍시고 전투모를 하늘 높이 던졌을때, 이 “고난의 행군”(*국가보안법 위반은 아니겠지?!)이 다 끝났다는 사실에, 그리고 내 님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도 모르게 솟구쳤다. 난 아무래도 여전히 마음이 여린가보다.


그리고 토요일에 마침내 ‘재회’의 순간이 돌아왔을때 정말 여태까지의 그 어떤 순간보다도 정말 기뻤다. 그 자리에서 온 몸이 뻥 뚫리는 기분이랄까. 나 없는 사이 정말 예뻐진 모습에 거짓말 안보태고 정말 후광이 어른거리는 듯 했다. 4주 동안의 보상일까. 장광설이 필요없이, 정말 기뻤다. 만나고서 일곱 시간을 함께 있었지만, 그게 꼭 7분같이 느껴졌다.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농담했던 대로, 연애는 생활속에서 상대성 이론을 체험하는 일인가보다.


월요일부터 동사무소로 출근하고 있다. 이제 겨우 4일 차인 햇병아리 공익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할 만 하다. 일은 다소 단조로워도 나름 재미있는 구석이 있고, 고참 분들이나 여기 정직원 분들이나 다들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앞으로 잘만 하면 편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요일부터 책 쓸 생각을 하고 이것저것 궁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고딩때부터 나보고 책을 쓰라 권고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한 두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정말 한 권 정도는 학부 졸업 이전에 써야 할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편은 결코 아니니, 아무래도 글쓰기 연습도 해야할 듯 하다. 특히 이 주체할 수 없이 배배 꼬이는 만연체는 이 기회에 근절해버리고 싶다. 책 주제는 뭘로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초록불님의 말처럼 역사 쪽으로 갈지, 아니면 스트리츠님 말처럼 영화/음악 방향으로 쓸지. 좌우간, 방향을 빨리 잡을 수록 좋겠지.


다시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시간이 빨리 가는데도 이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우리 커플은 아무래도 주로 토요일의 사람들이니까.

(2010/06/17)



*싸이 미니홈피의 다이어리를 그대로 다시 옮겨적었습니다.


덧글

  • 2010/06/17 12:0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들꽃향기 2010/06/18 01:54 #

    이렇게 고생하시고 오신 것에 대해서 아직 미필인 제가 가타부터 이해한다 운운하는 것이 오히려 죄송한 노릇일 것 같습니다. 다만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그 온기에 대한 갈구라는 말씀에는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ㄷㄷ

    각설하고,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주말 행복하게 잘 보내시기를! ^^
  • rumic71 2010/06/27 23:36 #

    고생많으셨지만... 미묘한 염장 분위기가 흐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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