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제 - Prologue
002. 본명
솔직히 본명을 밝히기는 좀......껄끄럽고, 그 대신 내 본관과 집안 내력에 대해 짧게 쓰련다.
내 본관은 충주 석씨(忠州 石氏) 병사공파 34세손이다. 그닥 흔하게 알려진 성씨는 아니다.
본관의 시조 석린(石麟)은 고려 의종때의 무신인데, 조위총의 난을 진압하는데 공을 세워 서북면병마사에 봉해지고, 훗날 충주에 식읍을 얻고 예성군으로 봉해졌다고 한다. 그는 중국에서 건너온 인물이고, 당송교체기 후진의 석씨 왕조 피를 이어받았다고 한다. 중시조인 석양선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이성삼촌으로, 조선이 건국된 후 홍양부원군에 봉해졌다. 종합해보면, 결국 나는 저 쿠투넷 놈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아주 확실한 '화교 후손'인 셈이다. 뭐 어떠냐. 그렇게 따지면 덕수 장씨들은 전부 아랍인들이게?
조선조에 들어서는 그닥 걸출한 인물이 많이 나온 집안은 아니다. 과거 급제자도 500여년을 통틀어 열명 남짓 밖에 되지 않고. 일제시대에 활동한 박물학자 석주명 선생을 제외하고는 일반 대중에 알려진 인물은 거의 없다. 우리 집안은 경기도 광주군 하사창리 - 지금은 하남시로 편입된 지역이다 - 일대에 집성촌을 이루고 대략 조선 효종 때 무렵부터 평범하게 살았던 듯 하다.
그러다가 우리 고조부 때에 가산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동대문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증조부 대에 와서는 집안 형편이 제법 풍족해져서 우리 할아버지 대, 즉 1930년대 후반 전후에는 형제가 전부 고등교육을 받으셨다. 할아버지께서는 혜화동의 모 학교 - 김수환 추기경도 같은 시기에 그 학교를 다니셨다 - 를 다니셨지만 태평양전쟁과 결혼, 그리고 이것저것 문제 때문에 대학을 수료하지는 못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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