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객사문을 보며 '테세우스의 배'를 떠올리다. by 진성당거사

국보 제 51호 강릉 객사문.
(최근에 지정 명칭이 변경되어 "강릉 임영관 삼문"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 이름이 여전히 익숙하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강릉 객사 임영관의 정문으로, 1962년 이래 줄곧 국보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임영관은 1929년에 학교 운동장을 넓히느라 헐려버렸지만, 문은 용케 살아남았고, 학교가 사라지고 경찰서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조용했던 주변에 온통 고층건물들이 들어서는 상황에서도 700여년의 세월을 용케 잘 버텨왔다.

정면 세 칸에 측면 두 칸의 조그만 건물이었지만, 건물 전체에서 풍기는 단아함과 고졸함은 훨씬 더 큰 다른 어떤 건물에 비해도 손색이 없었다. 고건축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고려 건축의 대표작'이라 부를 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지금까지 객사문에는 몇 차례의 수리가 있었지만 대개는 작은 규모의 것이었다.  하지만 2007년 전후에 강릉 임영관 일대 복원공사와 함께 문 전체가 한바탕 중수 공사를 거쳤다.

그리고 몇 달 전, 그 공사가 있은 후 처음으로 강릉 객사문을 다시 둘러보고 느낀 생각은 - - -
 "하아, '테세우스의 배'가 따로 없군."

'테세우스의 배'가 뭔지 잘 모를 사람들을 위해 그 말의 유래가 된 원전을 아래 옮겨놓는다.

(전략) 테세우스와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탄 배는 서른 개의 노가 달려 있었고, 아테네인들에 의해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유지 보수되었다. 부식된 헌 널빤지를 뜯어내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대어 붙이기를 거듭하니, 이 배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라는 것들에 대한 논리학적 질문’의 살아있는 예가 되었는데, 어떤 이들은 배가 그대로 남았다고 여기고, 어떤 이들은 배가 다른 것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 플루타르코스, '테세우스 전(傳)' 中에서


내가 그 말을 왜 하는지, 직접 보시라고, 아래 사진을 올려놓는다. 

2002년 무렵의 강릉 객사문

2007년 무렵 강릉 객사문 중수공사 사진.
건물 뒷편으로 버려진 원래의 목재가 상당히 많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보수 공사 당시의 오른쪽 측면 세부.
양쪽 끝의 기둥 두 개와 지붕 부재 상당수,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서까래가 교체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현재의 강릉 객사문 모습.


지은 지 700년 된 건물을 중수하는데 물론 신재를 안 쓸 수야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너무나 많은 부분이 교체된 상황이라면 - 수리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붕 결구 목재의 70퍼센트, 서까래 전부, 기둥 12개 가운데 5개가 교체되었다
 이건 국보로서의 가치에 심각한 장애가 되지 않을까?  교체된
 구 목재가 단 한 쪽도 보존되지 않고 완전히 폐기되거나 부여 한국전통문화학교 등지의 실습 교재로 불하되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할테고. 

게다가 고증도 거의 못 하는 강릉 임영관을 어거지로 복원하면서 - 남아있는 사진자료래봐야 이미 학교 건물로 쓰던 때의 모습이라 원형은 이미 완전히 상실한 모습인데 - 양 옆으로 담을 세우고 실제 통행로로 사용하는 건......이 사람들이 주객을 잘 모르는게 틀림없나보다. 뒷편의 건물은 지은지 3년 된 가짜 건물, 하지만 그 출입문은 700년 된 진짜 건조물. 이 문으로 실제 관광객들이 출입하면 당연히 일정 부분 훼손될 거라는 생각은 안하나?

그리고, 솔직히
 방문객들은 출입문은 대체로 안 보고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도갑사 해탈문이 국보라지만 도갑사를 찾는 사람들이 그 문을 얼마나 보고 지나치는 것 같나?

무엇보다도, 중수 당시 나왔던 수리 목표, 즉 '일제의 잘못된 손길을 바로잡는 공사'라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일제가 뭘 얼마나 손댔다고? 그리고, 건물에 정말 심각한 구조적 이상이 있기는 했던가?

덧글

  • hyjoon 2010/07/20 15:59 #

    감상-잘들 해라........세상 참 재미있다............ㅠㅠ

    딴 건 몰라도 문화재 관리에 대한 개념 좀 알았으면......ㅠㅠ
  • 진성당거사 2010/07/20 19:22 #

    으음........죄송합니다만 약간 말씀이 애매해서요....무슨 말씀이신지?
  • hyjoon 2010/07/20 19:27 #

    아, 감상은 졸속공사에 대한 비아냥이고, 후자는 공무원들에게 하는 소리입니다. ^^;
  • hyjoon 2010/07/20 19:28 #

    포스팅의 취지에 공감하는 소리입니다.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문화재의 현실에 대해 제대로 보는 포스팅 보기 힘든데, 그럴 때마다 진성당거사님이 새삼 고마워 지거든요.
  • 소시민 2010/07/20 19:33 #

    방문객은 출입문을 대체로 안 보고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분야지만 <쇼핑의 과학>이라는 책에도 고객은 출입구에 별 신경을

    안쓰니 홍보물이나 상품은 출입구 근처에 배치하지 않는게 좋다는 내용이 실려있죠.
  • 松下吹笙 2010/07/23 21:37 #

    목조 건물 특성상 어쩔 수 없습니다. 국보라서 저정도 목재라도 건진 거지염. 그리고 서까래등의 목재는 이미 그 이전 시대에도 자주 교채가 되는 부재입니다. 그리고 강릉객사문은 조선시대에 이미 지붕구조가 변형되어서 다시 복원하였답니다. 거기서 폐기된 목재도 있고요.
  • SoftWish 2011/01/31 23:03 #

    고향 문화재네요. 개인적으로 임영관은 왜 복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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