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가족 by 진성당거사

200제 - Prologue

005. 가족

우리 집은 그냥저냥 평범한 4인 핵가족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영업을 하시고, 올해 부로 대학생이 된 여동생이 하나 있다.

이렇게만 쓸 수도 있지만 재미가 없는터라, 간단히 내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좀 써볼련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께서 상업은행 장항제련소 출장소에서 근무하실 때 그 곳에서 태어나셨다 한다. 본래는 12남매였다고 하는데, 위아래로 몇 명씩 '잃어버려서' 둘째 아들이 되었다고 하신다. 어려운 가정 형편 상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패스하시고 대학교에서 어머니를 만나셨다. 어머니 역시 5남매의 둘째 딸이다. 둘째 여동생은 어려서 홍콩 독감으로 죽고 지금은 4남매만 남았다. 아버지와 결혼하시기 전까지는 계속 신림동에서만 사셨다. 공부랑 책 읽는 걸 좋아하셨고, 지금도 중고등학교 때 전교석차 1등 성적표들을 가끔씩 내게 보여주시곤 한다.
  
아버지는 지금 사업을 시작하시기 전에는 '꼬꼬영', '행복이 가득한 집' 등으로 유명한 서울 장충동의 D 출판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셨고, 어머니는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세종로 1가 1번지에 있는 금색 빌딩 지하의 유명한 큰 서점에서 5년 간 근무하셨다. 그 덕택에 내가 아마 아주 일찍부터 책과는 친숙한 환경에서 살지 않았나 싶다. 외가 쪽의 '책벌레' 기질을 이어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내 기억으로 내가 처음 읽었던 책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아마 그 책을 처음 읽은게 1992년 여름 언저리였을 것이다. 그 이전에도 책은 많았지만 딱하게도 내게는 그게 씹어 먹는 '지지' 이상의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남아있는 아기 때의 동화책 몇권은 전부 귀퉁이가 씹혀져 없어졌다. 하지만 2년 뒤에는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명작전집을 읽을 정도로 책 읽는 실력이 금방 나아졌다.

두살 때 광명시 하안동에서 이사 온 이후로는 지금까지 20년 동안 경기도 구리시에서만 거주하고 있다. IMF 직후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 두시고 집안 형편이 나빠졌을 때는, 바퀴벌레와 온갖 해충이 창궐하는 형편 없는 연립주택에서도 4년 남짓 살아봤지만, 대체로 아파트에서 살았다. 교문동 H2 아파트에서 살았을 때 - 지금은 아파트 이름도 바뀌었고 단지 모습도 크게 변했다 - 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 때 만큼 어울려 노는 친구들이 많았던 적도 없었고, 모든게 늘 즐겁기만 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다 보니 가족 간에 충분한 대화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 그게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밖에도 이것저것 안 좋은 일들도 있지만 패스. 그런 여러가지 안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내게 가족만큼 편한 사람들은 거의 없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