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관리소/지광국사현묘탑 삘소리를 듣고 급히 쓰는 글..... by 진성당거사

일제시대 관련 뉴스 둘 - 밀리 환초 학살, 경복군 관리소 건물

오늘 슈타인호프님이 쓰신 저 포스팅을 통해 저 소식을 처음 접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이번에는 YTN에서 저 내용을 가지고 금방 보도를 내더군.

일단, 민주당 정장선 의원이 지적하고 있는 저 문제의 경복궁 관리소가 어떤 건물인지부터 좀 살펴보자.

일제가 뻗친 검은 손길의 흔적, 경복궁 관리소, 그 장엄한 허접한 위용을 보라!!!


최소한 이 건물 모양새가 상당히 부실해보인다는 건 인정해야겠다. 1915년(*또는 1926년 - 확실한 건축연대를 알 수 없다) 무렵에 원래 지어졌을 당시에는 창고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이니 굳이 데코레이션을 하고 인테리어/익스테리어 디자인을 할 필요가 없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게 어찌되었든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필요에 의해서 건축된 건물이라는 것도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 건물 헐어내면 뭐하려고?

먼저, 구글어스에서 경복궁의 전경 사진을 보자. 거기서 다시 경복궁사무소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진에서 빨간 직사각형 테두리로 표시한 지역에 있는 조그만 흰색 건물이 바로 문제의 이 경복궁사무소이다.

(참고로 이 사진의 원본은 본인이 2008년에 작업해서 캡쳐한 사진이며, 사진의 원본은 아마 근정전 해체수리공사가 진행중이던 무렵에 찍은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밝혀놓겠다.)  

이번에는 현재 문화재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1900년 무렵의 경복궁 전체 평면도인, '북궐도형'을 올려놓겠다. 
한번 저 자리에 뭐가 있는지 좀 찾아보라.



저 자리에는 다름아닌 '창방'이 있었다. '창방'은 다른게 아니라, 경복궁의 잡스런 기물을 보관하던 창고다. 조선시대에 경복궁이 궁궐로서 기능하던 시절에는 이 창고 건물이 아마 꽤나 중요했겠지만, 오늘날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는 별 역사적 가치나 중요성 따위는 찾기 어려운 건물이다. 물론, 창고를 복원하는 것도 어쩌면 의의가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정확히 그 곳에 뭘 보관했는지도 모르고, 그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는 판국이며, 창고의 모습을 복원전시할 수 있는 사료적 근거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럼, 다시 지어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창고 건물을 복원하겠다는 명목하에 멀쩡히 쓰고 있는 경복궁 관리사무소를 헐어버리겠다 이 말씀이렸다.

백번 양보해서, 이 건물이 '민족정기의 상징'인 (*과연 그럴까? 다 집어치우고 경복궁타령이나 한번 들어보라) 경복궁의 수치이니 재빨리 헐어버려야 한다고 치자. 그럼 경복궁 관리사무소는 어디로 갈건데? 다른 고궁에서 그렇게 하고 있듯이, 어떤 식으로든 건물을 새로 짓거나, 기존에 있던 경복궁의 건물을 접수해서 사용할 것이다.

정장선 의원은 한번 시간을 내서 창덕궁 관리사무소나 덕수궁 관리사무소가 어떤 형편없는 몰골을 하고 있나 볼 필요가 있다. 이들 시설들은 겨우 행랑채 더부살이를 하는 판국이다. 문화재 훼손인 건 물론이거니와, 고궁처럼 넓고 큰 복합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데에는 결코 효율적이거나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다. 


무려 '정조대왕께서 승하하신' 영춘헌 건물을 창경궁 관리사무소로 쓰던 시절의 모습. 
1953년부터 1993년까지 이 모습이었다. 지금 창덕궁, 덕수궁의 관리사무소도 이와 형편이 별로 다르지 않다.
 

그리고, 경복궁 관리사무소만이 일제의 흔적인건 아니다. 몇년 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다가 지금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도 사실 그 뼈대가 조선총독부 사회교육관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이것이 6.25때 '대파'된 것을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수 차례 개축해서 쓰고 있다. 원래의 모양은 완전히 상실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일제시대의 뼈대는 남아있으니, 일제의 흔적이라면 흔적이다. (지금도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이 건물의 굴뚝은 여전히 일제시대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경복궁 권역 가운데 일제가 그 터를 아예 뒤집어 엎어 통째로 건물의 흔적을 말살한 최악의 훼손사례도 버젓이 존재한다. 이곳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심지어 경복궁 복원사업에서 거론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곳이다.

본격 일제의 훼손행위에 부응하는 장소 인증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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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선 의원이 모르고 있는 또 한가지 사실이 있으니, 그것은 국보 제 101호인 원주 법천사 지광국사현묘탑에 대한 것이다.


고려 초기의 승려인 지광국사의 사리를 봉안했던 부도탑으로, 현존하는 한국의 사리탑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또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손꼽히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원래는 강원도 원주군 부론면의 옛 법천사 터에 있었는데, 1910년 전후에 일본인 골동상이 도괴해서 일본으로 가져갔다가, 1915년에 시정5주년조선공진회가 경복궁에서 개최되면서 이 곳에 옮겨졌고, 그 때부터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수장품이 되어 지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품으로 관리되고 있다.

우선, 일제시대 이후 1990년대까지 계속 경복궁에 전시되어 오던 수십여 개의 석탑과 석조물이 지금껏 단 하나도 원위치에 옮겨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이들 석탑은 대개 원위치에서 약탈당할 때 생긴 손상이 원체 심해 도저히 산 속 폐사지에 되돌려놓을 수 없는 상태였기에 모두 그대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되었다. 그 중에 몇 개는 상태가 너무 나빠 아예 수장고에 해체상태로 들어가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법천사 지광국사현묘탑이 어떤 내력을 간직하고 있는지만 조금 공부했어도 - 이건 포탈사이트 검색 조금만 하면 10분 안에 찾을 수 있는 정보다 - 이걸 무조건 강원도 원주시 옛터로 옮기자는 소리는 못했을 것이다. 법천사 지광국사현묘탑은 1951년 초 무렵 어디선가 날아온 박격포탄에 정통으로 맞아 자그마치 12,000 조각으로 깨져 산산조각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1957년에 한국 최초의 고건축 전문가로 유명한 故 임천 선생의 감독 하에, 석고와 용접 땜납, 그리고 시멘트 따위를 동원해 간신히 붙여놓은 것이 지금 상황이다. 

폭격으로 상륜부와 옥개석이 완전히 파괴된 지광국사현묘탑의 모습. 사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다른 자료와 기록을 보면 이때 탑신석도 두쪽이 나고, 기단부 전체가 충격으로 인해 우그러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복원작업'이라는 것도 부실공사에 날림 그 자체였으니, 불교미술사학자 진홍섭 선생의 회고에 따르면 이승만 박사가 경복궁을 거닐다가 부서진 채 굴러다니는 현묘탑을 보고 화가 나서 문교부장관을 닥달하는 바람에, 남베트남의 고딘디엠 대통령 방한일정에 맞추어 대략 한 달 사이에 급하게 때려맞춘 상태가 지금 모습이라 한다. 

말 그대로 석조문화재 가운데 중환자 중의 중환자라 절대 안정을 취해도 모자랄판에, 하루가 멀다하고 발굴작업과 '복원공사' 때문에 터를 들어엎어 어수선하고, 문화재 관념도 없는 작자들이 석조물에 가래침이나 턱턱 뱉는 폐사지에 되갖다 놓으면, 그게 과연 현명한 문화재 보존일까?



법천사 지광국사현묘탑의 현재 모습 세부. 그냥 보아도 시멘트 땜질이 어떤 상태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저 파손된 모습에서 확인되는 돌사자 (왼쪽 기단부 끝에 얹혀있다)는 1970년대 무렵에 도난당했다. 무려 서울시내 한복판, 경복궁에서 사람들 버젓이 관람하는 상태로 놓여있던 국보 석탑의 부재가 도난당했는데도 지금껏 행방을 모른다. 이 탑을 인적 드문 폐사지에 갖다놓으면 어떻게 될지 눈에 보듯 선하다.

하여간, 문화재에 대한 기초 상식과 공부도 없는 정치인들이 함부로 민족주의장사 여론몰이를 해놓아봐야, 후손들에게 누를 끼칠 가능성만 더더욱 높아질 뿐이다. 제발, 덮어두고 쪽바리부터 까는 이런 몰지각한 헛소리는 삼가주길.

덧글

  • 2010/10/07 12:1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진성당거사 2010/10/07 12:22 #

    아이고, 중간을 끊고 써버렸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 바람불어 2010/10/07 15:16 #

    제발 저런걸 갑자기 찾아낸것처럼 호들갑을 안떨었으면 좋겠더군요.

    '응 이게 뭔가?'싶어 검색해보면 필히 실망하는 기사가국회의원이 국회 무슨위에서 발언한 류의 내용입니다.
    대부분 팩트 부실,일방적이고, 선정적인 주장이죠.....
  • 2010/10/08 19: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바람불어 2011/10/01 14:58 #

    예상대로 국정감사에서 나온 거군요.-_-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때 하는 일 1. 관료를 무조건 윽박지르기 2.대단히 자극적이고 쇼킹한 뭔가를 폭로..하는 거죠. 기자들은 받아쓰고 대중들은 전후맥락 앞뒤사정 모르고 분노하고, 그 국회의원은 인지도를 높이고...계속 반복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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