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잡담) 주말에 간송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by 진성당거사

지난 토요일에 여자친구와 같이 성북동 간송미술관엘 다녀왔더랩니다. 거기서 화훼영모전 특별전을 보았지요. 전시된 작품들은 좋았습니다. 모처럼 본 김홍도의 고양이 그림이나 실물로는 처음 본 공민왕의 이양도, 현재 심사정과 이징의 그림들 등등.

어느 전시나 늘 가면 있는, 그림 구경은 안하고 제목 적어가기만 바쁜 사람들 땜에 좀 짜증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그 전시 자체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작품명과 작가 명만 달랑 써둔 전시 구성이야 여기선 늘상 있는 일이니 이제는 익숙해졌지요. 그게 어쩌면 그림 감상에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르구요.

한데, 정말 걱정되는게 하나 있었습니다.
늘 변함이 없는 그 한숨나오는 전시 실태였지요. 간송 전형필의 유지를 받드는 건 좋은데, 
이곳 사람들은 정말로 그 유지를 '72년 동안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라'는 의미로 받아들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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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천장 구석에는 곰팡이가 잔뜩 피었고,
천장에 설치된 낡아빠진 환풍구에는 그냥 보아도 확연히 나오는 새파란 이끼가 덕지덕지.
외벽과 내벽에 칠한 흰색 페인트는 부스러져 벗겨지고.
72년 동안 그대로인 나무 진열장에는 이렇다할 방온 방습장치 하나 없고.
유리창도 두어개 깨져있는데다,
진열장을 스카치 테이프로 봉해놓은 황당한 꼬락서니도 있었고,
그림들은 핀셋으로 고정시켜놓은데다가,
(*사실 그림에 직접 박지는 않았지만, 요즘 어지간한 박물관에서 다 쓰는 투명 고정끈이라도 쓰면 안됩니까?)
진열장 유리 몇몇은 오랜 세월에 서서히 녹아내려 울퉁불퉁해져서 그림들 들여다보기 참 곤란하더군요.

 
어쩌면 전시실 내 사진촬영 금지는 전시 작품을 보호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그 한숨나도록 형편없는 전시 실태를 외부에 유출시키지 않겠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더군요.

덧글

  • 초록불 2010/11/02 09:12 #

    간송만큼의 열정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더군요.
  • 하늘사랑 2010/11/02 15:41 #

    간송미술관이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은
    간송 선생의 후손들이 이 미술관을 제대로 유지할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에는 간송미술관의 수입이라는 게 국가에서 지원하는 얼마간의 보조금과
    약간의 부동산 임대수입이 전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간송미술관 자체에 투자할 경제적 여력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 가운데 명품 몇 점을 팔면 좋은 건물에 좋은 시설을 마련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처럼 하지 않는 후손들의 마음도 함께 고려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한다면 어려운 형편에도 이처럼 유지해온 간송미술관에 더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게 아닐까요?
  • 어릿광대 2010/11/02 19:24 #

    일요일 오후에 저도 간송미술관 갔다왔는데 그림들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점들도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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