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잡상) 그립스홀름 성의 사자(獅子) 이야기... by 진성당거사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300여년 전, 정확히는 1731년의 일입니다. 

당시 스웨덴 국왕이었던 프레드리크 1세는,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보낸 귀한 선물들을 받게 됩니다. 사자 한 마리와, 아프리카 야생 들고양이, 그리고 북유럽에서는 난생 처음 보는 생물이었던 하이에나 두 마리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프레드리크 국왕은 곧 이들 동물들을 왕실의 수렵 공간이자 동물원 구실을 했던 주르고르덴 (Djurgården) 에 풀어놓고 애지중지하며 길렀습니다.



스웨덴 국왕 프레드리크 1세 (재위 1720 ~ 1751)

그러다 수 년이 흘러, 사자는 늙어 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프레드리크 국왕은 사자를 그냥 땅에 묻기로 하고, 사자의 가죽을 벗겨내 카펫으로 만든 뒤 남은 사체를 묻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프레드리크 국왕은 금세 생각을 바꾸고는, 이 사자를 박제로 보관하기로 마음먹고, 당시 스웨덴에서 제일 솜씨 좋은 박제사에게 죽은 사자를 맡겼습니다. 이미 묻은지 꽤 시간이 지난 터라, 사자의 사체는 심하게 부패되고 훼손되어, 남은 것이라고는 뼈와, 미리 벗겨낸 가죽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박제사는 평생 사자라는 동물을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도 근처 교회에 있는 목조 부조 하나말고는 사자의 모습을 참고할 만한 자료가 하나 없었습니다.

박제사가 참조할 유일한 자료였던 교회의 부조 모습.


그리고 완성된 결과물은.......;;


옆모습만 보면 어쨌든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한번 그 얼굴을 보시지요.

사자 지못미......OTL


결국 박제사는 왕이 준 물건을 함부로 다루었다는 죄로 6개월 옥살이를 하고 말았지만, 어쨌든 귀하디 귀한 사자 박제다보니 함부로 버릴 수도 없고 해서 결국은 스웨덴 왕실의 별궁 격인 그립스홀름 성에 보관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잘 보관되어 있지요.

이 사자는 오늘날 페이스북 계정도 갖고 있을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유명해졌고, 온갖 패러디의 소재로 쓰이곤 합니다만,
이 사자를 보면서, 문득......

충분한 이해도 없이 사료를 제멋대로 가지고 놀다 병크를 저지르는 온갖 역사장사꾼들의 행각이 떠오르는 건
괜한 망상일까요. 

오늘 네이버 메인의 '오늘의 세계사' 등등의 연재물을 예전 것부터 죽 읽어나가다보니 문득 든 생각입니다.

한줄 요약: 잘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덧글

  • 아르니엘 2011/04/13 15:48 #

    사자 너무 큐트해요 ㅠ.ㅠ
  • 앨런비 2011/04/13 16:08 #

    대륙의 기상을 보여주는 세이벼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 들꽃향기 2011/04/13 16:33 #

    목조도안을 따라 일부러 혓바닥을 빼낸 것이 포인트이군요 ㅋㅋㅋㅋ 이런 큐트한 사자상이 ㅋㅋㅋ
  • 2011/04/13 16:43 #

    다운증후군같아서 징그럽네요 ;;;;;
  • 漁夫 2011/04/13 17:48 #

    으아아아아아 저게 사자라고!!!!!!!!!!!
  • hyjoon 2011/04/13 19:04 #

    지못미 사자........-ㅂ-
  • 알츠마리 2011/04/13 19:38 #

    ...앞에서 보니 하이에나 같이 보이는데요.(...)
  • lunic 2011/04/13 19:43 #

    아, 긔엽긔...... (........)
  • MessageOnly 2011/04/13 19:45 #

    뒤러의 철갑코뿔소가 생각나는군요; 사자가 너무 큐트;
  • 三相交流 2011/04/13 20:07 #

    사자의 굴욕이군요...
    저 박제사는 다 썩은 시체를 박제한다고 고생, 그리고 게다가 옥살이까지...지못미...
  • ghistory 2011/04/13 20:09 #

    1.

    프레더릭 1세→프레드리크 1세입니다.

    2.

    뒤르가르텐:

    1)→주르고르덴(Djurgården).
    2) 직역하면 '동물원' 이지만, 단순한 동물원은 아니었음.
    3) http://en.wikipedia.org/wiki/Djurg%C3%A5rden 참조.

    3.

    '성당': 스웨덴이 루터파 프로테스탄트 그리스도교로 국가종교를 바꾼 이후이니 '교회' 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 진성당거사 2011/04/13 21:16 #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ghistory 2011/04/13 21:45 #

    진성당거사/

    +.

    '주르고르텐'→'주르고르덴'.
  • 네비아찌 2011/04/13 20:43 #

    사자 지못미 ㅠㅠ
    그 추운 스웨덴에서 살아야 했던 다른 동물들도 지못미네요.
  • ChristopherK 2011/04/13 21:26 #

    아니 저 부조도 제대로 모방하지 못한 것 같은데 OTL
  • 한단인 2011/04/13 21:49 #

    아... 세상에...
  • 검투사 2011/04/13 22:03 #

    아, 이보시오, 박제사 양반! 내가, 아니 알제리의 사자였던 내가 어찌 디즈니 캐릭터가 된단 말이오! 디즈니 캐릭터라니! 내가, 아니 이 내가 디즈니 캐릭터라니!!!
  • jeltz 2011/04/13 22:12 #

    아이고 식혜마시다 뿜을뻔했습니다 ㅋㅋ
  • 초록불 2011/04/13 22:39 #

    시대를 앞서간 박제사
  • 푸른화염 2011/04/13 22:40 #

    .. 어이쿠 지못ㅁ...(먼산)
  • 행인1 2011/04/13 23:23 #

    충격과 공포의 박제로군요.
  • 에드워디안 2011/04/13 23:55 #

    맙소사...-_-;
  • 크핫군 2011/04/14 07:31 #

    ㅋㅋㅋㅋㅋ 뭐얔ㅋㅋㅋㅋㅋ
  • MK-10 2011/04/14 07:39 #

    아아.. 이게 사자라니..
  • 耿君 2011/04/14 12:05 #

    대단합니다;;
  • 2011/04/14 12: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진성당거사 2011/04/14 13:40 #

    네.....
  • 마무리불패신화 2011/04/16 01:16 #

    사자가 아니라 만화영화에 나오는 개 같은데..
  • 망고망구 2011/11/02 16:52 #

    저 좀 퍼가도될까요^^너무 웃겨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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