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속였어! - 에릭 시갈의 소설 원서를 읽고 분노가 폭발하다.... by 진성당거사

며칠 전, 故 에릭 시갈의 "Prizes"를 아마존에서 구입했습지요. 
이미 고등학교 때 김영사에서 두 권으로 나온 정영목 역의 번역본 (1994년 발간)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년에 포스팅을 쓰면서 살짝 암시했다시피, 왜인지는 몰라도 이상스럽게 전 에릭 시갈의 책이 재밌더군요.

그런데 웬걸.......어제 아침 도착한 원서를 다 읽고 보니........;;
"이건 내가 알던 내용이랑 완전히 다르잖아!" 라는 절망적인 탄식이 절로 튀어나오더군요.

조만간 프라이즈 김영사 번역본을 빌려오는 대로, 별도의 포스팅으로 조목조목 비교하는 내용을 다루겠지만,
이건 진짜 아닙니다. 

사실 일전에도 썼지만, 에릭 시갈의 작품 번역이 정상적이었던 꼴은 거의 없었습니다. 수백 종류가 되는 "러브 스토리" 번역만 해도 일역본의 중역 아닌 것이 거의 없고, "하버드 천재들 (The Class)"의 경우는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을 이유도 없이 완전히 없애버리는 미친 짓을 저질렀지요. 뭐, 이건 어쩌면 80년대 역본이다보니, 문제의 등장 인물이 동구권 공산국가 출신이라 일부러 없애버렸을 수도 있긴 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은 왕왕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그 차원을 넘어섰습니다. 일단 1994년 역본이니 이념 따져서 내용을 바꿀 필요도 없었지요. 게다가, 번역의 질 문제가 아니라, 번역가가 플롯을 제멋대로 바꾸고 없는 내용을 가필해놓고선, 시치미 뚝 떼고 번역의 질 운운하는 역자 후기를 써 갈겨놨습니다.

이런 짓이 역서가 자그마치 240여권이나 되는 유명한 전문 번역가가 저지른 짓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군요.
차라리 편역이라고 했으면 모를까요.

이게 대한민국 번역의 현실인가요? 일개 대중소설 하나를 번역하는 데도 이런 뻔한 사기를 저지르는데,
학술서나 고전서의 번역에서 임의로 헛소리를 삽입하지 않았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덧글

  • 2011/04/15 09:32 #

    이놈의 현지화란 이름하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본질을 상실했던지--; 안타까운 일입니다.
  • 漁夫 2011/04/15 09:40 #

    진화생물학 관계 대중서들은 번역이 많이 되어 있는데, 사실 욕 많이 먹긴 하지만 말씀하신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다행..(진짜 다행?)
  • 차원이동자 2011/04/15 10:33 #

    '과거 필사가들은 고대 학자들의 말을 옮기면서 자신의 견해에 맞게 글을 고쳐서 옮겨적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이 학자들에게 한수 알려줬다는 사실에 즐거워 했다고 한다'
    ...아니. 그냥 책보다가 이런게 나오더군요...
  • 회색인간 2011/04/15 10:53 #

    ....................솔까말 우리만 그런 게 아니더군요. 아는 편집자 동생이 외국으로 변역되는 국내 소설을 함 봐달라는 소릴해서.....본 적 있는데......................이님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차라리 원서를 볼까 하는 게 농담이 아니죠......특히 전문서는..........
  • hyjoon 2011/04/15 11:13 #

    사실 전문서 번역도 그런 김이 강합니다. 『해전의 모든 것』을 보면 이순신 다룬 것 하나에 넘어가서 헬렐레거린 꼴이 역력합니다. 최악은 '넬슨의 손길'과 '흙으로 구운 대포'였죠........(ㅡㅡ;;;)
  • Jes 2011/04/16 23:33 #

    넬슨의 부드러운 손길~
  • Saga 2011/04/15 11:45 #

    오역과는 또 다른 문제로군요 이건. 가끔 보이는 경향인데, 대체 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레네트 2011/04/15 12:05 #

    ....돋네요, 그래도 나름 에릭 시갈 소설 좋아해서 꽤 읽어봤는데 그렇다니'ㅅ'; 조만간 저도 원서를 한번 봐야겠습니다orz
  • 들꽃향기 2011/04/15 20:43 #

    짤라먹고는 번역의 질 운운이라..끄응....
  • 2011/04/19 11:2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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