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축음기-6,7) 루이 암스트롱 - Potato Head Blues (1927) / West End Blues (1928) by 진성당거사

20세기의 가장 걸출한 재즈 뮤지션을 꼽으라면 누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1950년대 이후, 즉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등의 비밥 재즈부터 존 콜트레인과 마일즈 데이비스 시대 이후의 소위 프리 재즈 스타일의 곡들이 많이 소개된 탓인지, 2차대전 이전의 재즈, 즉 전전 (戰前) 재즈 (Pre-War Jazz)라 불리는 시기의 재즈 스탠다드나 뮤지션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각자의 취향을 왈가왈부할 것은 아닙니다만, 저는 왜 그런지 몰라도 소위 재즈 뮤지션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거의 전전 시절의 사람들이라 취향을 공유할 사람이 적어 가끔 퍽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재즈의 진정한 선구자이자 1971년 타계할 때까지 수많은 명곡을 발표하며 살아있는 전설[1]로 군림한, 루이 암스트롱 (Louis Armstrong)의 초기 녹음 두 곡을 소개합니다.

루이 암스트롱 (Louis Armstrong, 1901.8.4. ~ 1971. 7.6)

  

국내에 소개된 대부분의 루이 암스트롱 녹음들은, 거의 90퍼센트 이상이 1940년대 말 이후의 후기 녹음들이고, 그나마 이들 가운데 절대 다수는 재즈 연주가 아닌 보컬 위주의 노래들인 경우가 보통입니다. 당장 루이 암스트롱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국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곡의 이름은 다름아닌 "What A Wonderful World"이지요. 사실 이들 녹음들은 대중적인 인지도는 퍽 높지만, 전성기 시절 루이 암스트롱의 재즈 연주와는 그 분위기 면에서나, 구성 면에서 거의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정도입니다 [2].

오늘 소개하는 레코딩 두 곡은 암스트롱이 자신의 이름을 건 밴드로서는 처음 결성한, "루이 암스트롱과 핫 파이브 (화끈한 다섯명)(Louis Armstrong & His Hot Five)" 의 녹음입니다. 재즈 평론가들은 입을 모아 이 시기의 녹음들이야말로 암스트롱의 진정한 재즈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라 입을 모아 칭송하곤 합니다. 그들이 내놓은 수많은 곡들은 오늘날까지도 재즈의 스탠다드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80년 전에 작곡되고 발표된 노래가 지금껏 리바이벌 된다는 것은 참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첫번째 녹음은 제가 이전에 제 Desert Island Discs 로 꼽기도 했던 , 1927년 5월 10일의 연주, 포테이토 헤드 블루스 (Potato Head Blues) 입니다. 이 녹음에서는 밴드의 이름이 '핫 파이브'가 아닌 '핫 세븐'으로 표기 되어있는데, 그것은 이 녹음 세션 당시 원래의 핫 파이브 편성에 튜바 (피트 브릭스)와 드럼 (베이비 다즈)이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핫 세븐'의 레코딩은 총 12곡이 있고, 이 가운데 절대 다수는 [3] 1927년 5월 시카고의 오케 레코드 [4]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습니다. 



Nippon Columbia S-10003-A 
(Matrix # : W80855)
(* 1951년 일본 콜럼비아 한정 제작 세트앨범 "History of Jazz" 수록 재발매반)

(음원 삭제했습니다)


이 레코드는 암스트롱의 재즈 앙상블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주를 자랑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 즉 1분 51초부터 시작되는 암스트롱의 트럼펫 솔로 파트는 그의 독특한 핑거링 주법과 수수하면서도 빈틈없이 짜인 코러스 파트의 화려함을 한껏 느낄수 있는 발군의 연주라 하겠습니다.

음악평론가 토마스 워드는 "20세기 미국 대중음악 사상 최초의 명연"으로 이 곡을 꼽았으며,  영화감독이자 대단한 재즈 애호가로 유명한 우디 알렌은 "세상이 살 만한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로 바로 이 레코드를 지목했고, 미국의 전설적인 연극배우 탈룰라 뱅크헤드는 무대 뒤 의상실에서 공연 중 막간마다 한번도 빠짐없이 이 레코드를 들었으며, 심지어 그 주체 못할 성욕으로 악명을 떨쳤던 여배우 메이 웨스트는 이 레코드를 "자신이 써본 최고의 최음제"라 평하기도(!) 했습니다.


두번째로 소개할 곡은 역시 루이 암스트롱의 가장 유명한 연주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웨스트 엔드[5] 블루스 (West End Blues)"입니다. 이 곡은 본래 암스트롱의 재즈 스승인 조 "킹" 올리버 (Joe "King" Oliver)가 1928년 초 작곡해 브런스윅 레코드에서 자신의 밴드와 함께 한번 연주했습니다만,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구식 뉴올리언즈 재즈의 고졸한 연주였던 탓에 별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Okeh Electric 41078-A (Matrix #: A400987)
1928년 미국 오케 레코드 초판.
(*굉장히 인기있던 레코드다보니 워낙 많이 틀었던 듯, 음반상태가 열악하고 잡음이 심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음원 삭제했습니다) 


"웨스트 엔드 블루스"는 많은 비평가들이 "뉴올리언즈 재즈의 시대를 벗어나 본격적인 재즈 역사로 접어드는 곳의 시발점"으로 꼽는 작품입니다. 카덴차 스타일의 짧은 독주로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얼 하인스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에 이어지는 암스트롱의 마지막 리드 파트는 재즈 솔로의 형식과 구조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명연이라 하겠습니다. 잔잔하게 넘실대는 스윙 리듬, 치밀하게 짜인 솔로 연주, 노래하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스캣 창법에 이르기까지, 암스트롱은 이 3분도 못 되는 [6] 연주 시간에 후대 재즈 뮤지션들에게 귀감이 될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현대음악 평론가로 스미소니언 협회의 대중문화 연구 책임자를 지낸 故 빌리 마틴은 "이 곡을 통해 루이 암스트롱이 20세기를 만들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 곡의 빠른 카덴차 도입부는 심지어 수십 년 뒤 나타난 로큰롤에까지 영향을 끼쳤고, 미국 내쉬빌에 있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음반 가운데 이  "웨스트 엔드 블루스"를 "로큰롤 역사를 만들어온 노래"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끝으로 1974년에는 "그래미 상 명예의 전당"에 재즈 분야 곡으로는 처음으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References>

[1루이 암스트롱의 첫 음반은 킹 올리버의 밴드에서 코넷 주자로 활동하던 1923년에 처음 발매되었고, 그의 마지막 음반은 1971년, 그가 죽기 직전에 발매되었으니 장장 48년에 이르는 오랜 커리어를 가졌던 셈입니다. 그의 인기는 건강이 악화되고 차츰 그의 콘서트가 뜸해지던 1960년대 중반까지도 식지 않고 계속되었는데, 심지어 1964년에 발표한 그의 유명한 보컬 곡, "헬로, 돌리! Hello, Dolly!"는 그 해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4주 동안 1위를 차지하던 비틀즈의 노래들을 누르고 9주 동안 1위에 등극했을 정도였습니다.

[21950년대 이후 암스트롱은 재즈 앙상블보다는 대중적인 보컬 곡, 즉 가요곡에 집중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평론가들의 입장은 크게 엇갈립니다.

[3] 1928년 7월 28일 녹음된 "Don't Jive Me"와, 정확한 기록이 소실되어 1927년 5월의 녹음인지 9월의 녹음인지 확신할 수 없는 "The Last Time"을 제외한 10곡 모두가 1927년 5월 7일부터 14일까지 약 1주일 간의 세션에서 녹음되었습니다.

[4] 오케 레코드는 1918년에 독일인 오토 하이네만 (Otto Heinemann)이 독일 오데온 레코드사의 미국 법인으로 설립했다가, 1922년 미국 콜럼비아 레코드 사에 인수되어 1946년에 폐업하기 전까지 주로 "인종별 레코드" (Race Record)라고 불렸던 비-영어 녹음이나 흑인 음악 녹음 위주로 운영된 레코드 레이블입니다.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를 수놓은 수많은 재즈/블루스/소울 뮤지션들의 거의 모두가 이 레코드를 거쳐간 것으로 오늘날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5] 웨스트 엔드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즈의 폰차트레인 호숫가에 있는 동네 이름인데, 1920년대 당시에는 수많은 해물요릿집, 댄스 홀, 그리고 유곽 등이 넓게 분포하고 있는 유명한 유흥지대였습니다. 킹 올리버나 루이 암스트롱 모두 뉴올리언즈 출신으로 이 동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만, 둘의 음악적 표현력은 판이하게 달랐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합니다.

[6] 대부분의 재발매 CD에서는 이 음반이 78회전 재생속도 기준에서 3분이 넘게 연주됩니다만, 최근 발견된 자료에 따르면 오케 레코드사의 레코딩 기계들은 80회전을 표준으로 하고 있던 영국 콜럼비아의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에, 78회전으로 재생할 경우 실제 속도보다 약 2.56퍼센트 정도 느린 셈입니다. 게다가, 녹음 턴테이블이 그 표준에 제대로 세팅되지 않고 분당 2-3회전 가량 더 빠르게 세팅된 세션들도 더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음반을 복각할 때 80회전 표준으로 복각한 뒤, 당시 미국 국회도서관 저작권협회 부서에 등록된 채보 악보를 기준으로 키를 조금씩 조정해 복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