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축음기-12), 1950년대 영어회화 교재, "미국회화 속수음반" by 진성당거사

(*저간의 사정이 있어 한동안은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하지는 못할 듯 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1950년대에 국내에서 제작된 미국 영어회화 녹음 교재를 하나 올려볼까 합니다. 1954년 [1] 경에 발행된 "아테네" 사의 영어회화 교재, "아메리폰 잉글리쉬 코오스(Ameriphone English Course)"의 '청각훈련용' 교재로 제작된 레코드입니다.
 


유니버셜 레코드 (Universal Record) AM-17, AM-18 (*2면에 걸쳐 녹음되어 있습니다.)
Ameriphone English Course
아메리폰 잉글리쉬 코오스
美國會話 速修音盤
Lesson 21/Lesson 22
(敎本 아테네社 刊行)

(*이 녹음은 특별히 축음기에 재생해 복각했습니다. [2])



저는 이 레코드만 몇 장 더 가지고 있을 뿐, 정작 이 레코드에 붙어있었을 영어회화 교재는 소장하고 있지 않아서 이 '아메리폰 잉글리쉬 코스'의 전체 내용과 구성이 어떠했는지는 아쉽게도 알지 못합니다. 애초에 음반 자체가 퍽이나 희귀한 탓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다만 지난 12월 찾아간 고창고등학교 자료실에서 이것과 비슷한 내용이 실린 50년대 영어회화 교재를 보았습니다만, 앞뒤가 다 떨어져나간 낙질이라 전모를 파악하기가 많이 힘들었지요.

이 레코드에 대해서 긴 설명은 필요하지 않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군요.

먼저, 1950년대에 영어 회화를 공부하려면, 이렇게 비싼 레코드와 축음기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 묘한 기분을 자아냅니다. [3] 그리고, 이 교재 속에서 묘사되는 1950년대 미국 가정의 생활상이 전쟁 직후의 혼란 속을 살아가던 한국인들에게 어떻게 보였을지도 많이 궁금하군요. 덧붙여, 성우들의 목소리 톤이나 회화 주고받는 내용이 제 스스로가 중고등학교 때 들었던 테이프/CD 영어 듣기교재들과 비슷해서 다소 놀랍습니다. 설마 60년 전 성우들이 지금도 살아서 교재를 만드는건가



<References>

[1] 해방 후에 발매된 절대 다수의 음반과 마찬가지로 이 음반 역시 정확한 발매 시기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유니버셜 레코드가 아직 고려레코드 (Korea Record Manufactory)의 공장을 인수받아 경영하던 때, 즉 늦어도 1954년 하반기에 제작된 음반임을 레이블 하단 테두리의 기재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레이블 디자인 자체가 1954년 1월 유니버셜 레코드가 환도(還都)한 이후의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 음반은 1954년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2] 물론 제가 음반을 복각할 때의 정석은 턴테이블과 78회전 음반 전용 카트리지를 사용해 디지털로 복각하는 방식입니다만, 이 음반의 경우는 1950년대 당시 이 음반을 구매해 청취했을 사람과 똑같이, 축음기로 들었을 때의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습니다. 축음기는 1933년산 영국 HMV 102형 포터블 축음기에, No.5B형 사운드박스를 장착해 녹음했습니다. 참고로 이 음반은 음반 시작 부분의 잡음이나, 다소 메마르게 들리는 음색 등으로 미루어 볼때 분명히 다른 음반에서 복사해 녹음한 것인데, 그것이 원본이 LP나 EP로 제작된 외국 음반을 축음기 용으로 변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회사에서 나온 음반을 해적질해 무단 복사한 것인지는 확인하기 힘듭니다. 다만, 1950년대 한국 음반 시장에서는 해적질이 대놓고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저는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3사실 이런 식으로 레코드 회화교재가 등장한 것은 아주 일찍부터였습니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07년에 미국 빅터 레코드사에서 처음 프랑스어와 독일어 교재가 음반으로 나온 바 있고, 특히 1차대전 전후에 유럽 언어 회화교재가 여럿 나왔습니다. 국내의 경우 1930년대 신문지상에서, "영어는 출세의 자본! 영어를 무기로 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일본의 이노우에 영어강의록 (井上 英語講意錄) 레코드가 자주 광고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역시 한국에서의 영어 열풍이 어제오늘 일은 아닌가봅니다. 여담이지만 이 음반에 나오는 성우진은 분명히 미국인인데, 특히 195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한때 유행이었던 "Speak Good English" 슬로건의 영향을 실컷 받은 듯, 크리스마스 (Christmas)를 묵음/연음화 시키지 않고 "Christ-mas"로 발음하는 것이 분명히 나타납니다. 잘 알려져있듯 해방 이전 국내의 영어 교육은 거의 영국식으로 이루어졌고, 발음 역시 영국식으로 교육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성우가 한국인이었을 가능성은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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