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성격설에 대한 아주, 아주 해묵은 자료........ by 진성당거사

오늘 일제강점기 시절 이후의 "수혈"에 대한 신문 기사자료를 찾으려고 했는데, 이상하리만치 혈액형 성격설에 대한 기사가 퍽 많은 것을 발견하고 경악에 휩싸였다. 이런 식으로 오래도록 떡밥이 투척되었으니, 이 비과학적인 믿음체계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기세를 떨치고 있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따로 찾아보니, 1932년 이후 1999년까지 혈액형 성격에 관련된 기사가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일보 등의 신문에 총 22회 등장한 것으로 보이는데, 개중에 16회가 동아일보의 보도였다.   혈액형 성격설의 원흉은 동아일보인가 물론 현재 전산화된 옛날 신문 자료 가운데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가 압도적으로 분량이 많은 탓도 크겠지만, 동아일보같은 주류 언론에서 이런 얘기를 잊을만 하면 가정상식운운 하며 내보냈으니 그 파급력이 얼마나 컸겠나. 

여기 올리는 자료는 그 중 그 보도 시기가 가장 이른, 1932년 3월 19일자 동아일보의 가정상식 토막기사, "혈액형을 보면 긔질을 안다"이다. 오늘날 나오는 혈액형 성격구분 얘기와 거의 다를 것이 없는 말들이 그대로 쓰여있다.

(*원본 기사는 기사 단 구분이 영 이상하게 되어있는 관계로 뒷부분을 일부 잘라내고 편집을 가했다.)
원본 기사 링크는 여기로

한편, 캡쳐한 부분 이외의 나머지 부분에는 A형이 독일 사람에게 많고, B형은 집시나 식민지국가 사람에게 많다는 황당한 괴설을 소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혈액형 성격설이 그 시절 만연하던 인종차별에 편승하고자 처음 등장했음을 상기시키는 씁쓸한 내용이 아닐수 없다. 이 밖에도 동아일보에서는 1937년 9월 16일부터 10월 3일까지 총 세 차례 "혈액형에 따라 성질판단법"이라는 특집 연재기사를 따로 싣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5년 전의 기사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어놓은 모양새의 기사다. 여기서는 "직업을 택해서 장래의 방침을 정한다든지 결혼의 상대를 작정하려는데는 어떤 혈액형이 적당한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써서, 오늘날 혈액형 성격설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의 주장과 사실상 같은 맥락의 말을 하고 있다.

매일신보 1935년 10월 26일자 기사는 아예 한술 더 떠서, "땀이나 눈물로도 사람의 기질을 알수 있다"며, 이 모든 황당한 설의 기원이 다름아닌 혈액형 이론의 정립자 란트슈타이너라는 충격과 공포의 말까지 떠들어대고 있다. 공공연한 진보주의자였던 란트슈타이너가 알았다면 기함했을 소리. 뭐, 매일신보는 1933년 10월 25일에 "일본인은 유색인종이 아닌 백인이다" 타령도 늘어놓은바 있으니 말 다했다. ("유색인종에 일본인은 不含" 기사 참조.)

"혈액형 성격설"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서는 위키피디아 항목 "Blood Types in Japanese Culture"를 참고하시라. 이런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이고 그 근간에 인종차별주의를 깔고 있는 허술한 사이비 이론이 80년이 다 되도록 맹위를 떨친다는 건 참 유감이 아닐수 없다.

덧글

  • rumic71 2011/07/27 16:54 #

    저처럼 저 이론에 딱 들어맞는 인종이 있기 때문입니다...(교과서적 B형)
  • 들꽃향기 2011/07/29 02:31 #

    저런 이론을 두고 웹툰이 각기 다른 포털에서 2개나 올라오고 있다는 것은 이 시대의 비극이죠.
  • 누군가의친구 2011/07/29 11:29 #

    그 시절에는 민족은 어떠어떠한 요소로 성격이 결정된다는 식의 이론들이 나돌았고 그걸로 우열을 점치려고 했던게 주류였으니 말이죠. 그런데 21세기인 지금도 그런 그런 우열을 따지려는 작자들이 있으니 말입니다.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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