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임진왜란 명칭 관련 짤막한 잡담...... by 진성당거사

1.

얼마전 잠깐 떠들썩했던 문화재청의 덕수궁 명칭변경 조사. 아닌게 아니라 직접 지난 금요일 저녁에 참여해보려고 했지요.
그런데 웬걸, 국민신문고 가입회원만 로그인 후 설문참여가 가능하다나요. 게다가 23일 저녁까지 설문 참여 인원이 겨우 34명. 결국 26일 밤 마감될 때까지 딸랑 56명 참여했더군요. (설문조사 결과보기)

국민 참여 의견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나요? 이 나라 인구가 거의 5천만인데, 56명의 의견을 여론수렴이라고 하기는....
게다가, 문화재청 페이스북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런 식의 의견들.


다들 좀 일제 잔재 운운 하지 말란 말입니다. 게다가 문화재청은 "덕수궁"이라는 명칭이 일제 잔재가 아니라는 걸 알리지는 못할 망정, 좋은 말씀 감사하다고 Ctrl + C / Ctrl + V 댓글만 쓰고만 있지 말입니다. 


2.  

요번에는 다시 임진왜란/임진전쟁 때문에 떠들썩 한 모양입니다.

조선 후기부터 굳어진 명칭인 임진왜란이라는 어엿하고 뼈대있는 역사용어를 굳이 바꿔야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적에서 나온 것 같이, 왜란이라는 표현에 일본에 대한 비하적 뉘앙스가 들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임진왜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일본인에 대한 경멸이나 비하를 담아 사용할 사람은 오늘날 거의 없고, 더구나, 일본인들의 대다수가 잘 이해하지도 못할 용어를 굳이 일본인들을 의식하는 것 같은 용어로 대체하자고 제안하는 건 별로 합당하다고 와닿는 의견은 아닙니다. 차라리 한중일 삼국의 역사학계가 이 용어로 통일하자고 제안한 것이라면 또 수긍할만 하겠습니다만.

그보다는, 한국의 "임진왜란", 일본의 "文祿·慶長の役", 그리고 중국의 "抗倭援朝", 및 "東援之役" 등등의 용어를 한꺼번에 교과서의 단원 초입에 제시하면서 1592년부터 시작된 7년간의 전쟁을 각국이 어떤 식의 역사적 인식을 갖고 대하고 있는가를 환기시키는 것도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동아시아 역사를 포괄하겠다는 동아시아사 교과서에 사용할 단어 아니겠습니까. 뭐, 입시 위주 교육에 치여 역사교과서라고 하면 무조건 깜지나 쓰면서 달달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다수 학생들에게 얼마나 먹힐 수 있는 소리인지는 잘 모르곘습니다만.


3. 

여담이지만, 어제 구글에서 모종의 이유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보니, 쿠X넷 - 참XX역사 계열의 모처에서 이 보잘것없는 마이너 이글루스 블로거의 글을 여기저기 퍼나르고는 처절하게 씹어대고 있더군요

뭐, 일개 상위권 대학 휴학생에, 사학 전공자에, 심지어 온갖 것을 다 Skeptical/Critical한 자세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 극악무도한 식민빠요 두계대마왕을 꿈에서 영접한 악질 매식주구를 그렇게까지 공들여 가며 씹어주시니 이거 뿌듯한 마음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허허....:-)

"사냥을 계속하시지요. 곧 도축해드리겠습니다." (* A Quote from Charlie Chaplin)

덧글

  • 행인1 2011/09/27 11:22 #

    1. '여론'이라는게 보통 그렇게 선전되는거 아니겠습니까.

    2. 이것도 '재인식' 열풍의 효과(?)인지 아니면 또다른 사상투쟁인지...
  • hyjoon 2011/09/27 12:45 #

    우리 사회에서 '일제의 잔재'는 'Carthago delenda est'에 맞먹는 전지전능의 무기 아닙니까.
  • 진성당거사 2011/09/27 14:40 #

    누가 아니랩니까....
    그러나저러나 이 말의 출전이 카토 선생이 아니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어서 얼마전에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지 뭡니까.
  • 루치까 2011/09/27 13:54 #

    1. 대한문도 대안문으로 바꾸자고 하려나요(...). 이것 역시 덕수궁 못지 않게 일제 잔재로 잘못 알려져 있던데 말입니다.

    2.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겠지만, 역밸에 자주 나오시는 분들을 기준으로 서양사 포스팅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명칭 변경에 찬성, 동양사/한국사 계열 포스팅이 많으신 분들은 반대가 많은 것 같더군요(...).
  • 진성당거사 2011/09/27 14:39 #

    1. 대한문이 어디 붙은 이름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많으니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대한문은 엄밀한 의미에서 덕수궁의 정문도 아닙니다.

    2. 그런 것 같아보였습니다.
  • MessageOnly 2011/09/27 14:03 #

    2. 일본이나 중국과 명칭을 통합하는 논의가 진행되어서 서로 그렇게 하자는 것도 아니고, 모두 자국의 명칭을 고수할 것이 뻔한 판에 혼자 명칭 변경하겠다고 스스로 혼란에 빠져들고자함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대목입니다.
  • 진성당거사 2011/09/27 14:41 #

    그러게나 말입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1/09/27 17:53 #

    1. Ctrl+C, Ctrl+V는 지양해야 하건만, 정부부처가 저런식으로 나가면서 해당 언어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건 직무유기에 가깝습니다.

    2. 우선 '전쟁'이라는 명칭에 대해 개념이 당시에는 동서양의 차가 있다보니 그런것도 있겠고 이게 현대로 와서 명칭을 통합하려면 그것도 꽤나 골치는 아프지요. 특히 임진왜란은 한 나라의 내전도 아니고 무려 3개국이 치고박고 싸웠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전에 저명칭에 대한 논의가 있으려면 적어도 한중일 삼국간에 공통 교과서를 쓴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3, 조악하고 보잘것 없는 제 블로그 조회수를 올려주는데 혁혁한 역활을 해주는 참 좋은 곳입니다.ㄲㄲㄲ
  • 을파소 2011/09/27 18:48 #

    1. "고종 죽은 지가 언젠데 아직 덕수궁이냐? 보통명사 말고 고유명사 경운궁으로 되돌리자." 가 명칭 변경의 가장 적절한 근거인데 별로 신경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거 같죠. 심지어 문화재청 조차도 알기는 할 거 같은데 전면으로 내세우진 않고 있고...ㅡㅡ;

    가장 인기 많은 거야 일제의 잔재니까 말이죠.

    2.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데 동의합니다. 전쟁당사국이 다같이 공통의 용어로 바꾼다면 몰라도요.
  • DeathKira 2011/09/27 21:54 #

    2번의 경우엔 개인적으론 역사용어라고 해서 불변이라고 보진 않기 때문에 바꿀 수도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학술적인 선에서의 토론이고 문제이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굳이 일부러 바꿀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더군요.
    뭐 한중일이 같은 용어를 만들자고 합의본다면 또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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