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 주 웨스트오렌지에 있는 토마스 에디슨 국립 역사공원 (Thomas Edison National Historical Park) 에서는, 어제 엄청난 발견을 하나 공지했습니다. 1889년부터 1890년까지 에디슨의 조수이자 역사상 최초의 녹음 엔지니어라 할 수 있는 테오 방게만 (Theo Wangemann)이 프랑스, 독일, 그리고 오스트리아 등지를 돌아다니며 당시 새로 만들어진 실린더 축음기로 녹음한 12개의 왁스 실린더가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재생되었습니다.
1888년 말 에디슨 (가운데 앉은 사람) 이 "완성형 축음기 (Perfected Phonograph)"의 첫 시제품을 앞에 놓고
촬영한 사진. 에디슨의 바로 뒤에 서 있는 수염을 기른 사람이 바로 이 녹음들을 녹음한 그의 조수 테오 방게만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1889년 10월 7일에 녹음된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육성 녹음과, 그로부터 2주 뒤인 1889년 10월 21일에 녹음된 헬무트 폰 몰트케의 육성 녹음이 있었습니다. 19세기 독일 제2제국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의 인물의 육성이 마침내 제대로 공개된 셈입니다. 이전부터 비스마르크 육성 녹음이랍시고 웹에 돌아다닌 녹음이 하나 있었지만, 그 녹음은 출처 불명의 가짜 녹음이고, 이것은 당시 신문기사들과, 현존하고 있는 방게만의 일기 등등의 기록을 통해 확실하게 진짜 비스마르크의 육성녹음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녹음입니다. 특히 몰트케의 육성 녹음의 경우, 현존하는 음반 가운데 유일하게 온전히 재생이 가능한 18세기 인물 (*몰트케는 1799년 또는 1800년 출생입니다) 의 육성녹음입니다.
비스마르크의 육성 녹음을 담은 실린더 음반 원본.
이 녹음들은 1906년에 테오 방게만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어느 법정 소송에서 마지막으로 언급한 이래로 완전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지난 1957년에 웨스트 오렌지의 에디슨 연구소에 있던, 에디슨의 서재 반침 (Alcove)의 책장 뒤에 숨겨진 방화 금고 안에 든, 부서진 갈색 나무상자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녹음을 재생할 수 있는 온전한 상태의 "완성형 축음기"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음반의 보존 상태도 좋지 않아 작년 초까지 세인의 관심에서 완전히 잊혀졌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몇몇 큐레이터들과 몇몇 독지가들의 기금을 통해 마련된 최신 장비로 이곳 에디슨 역사공원에 보존된 음반들을 디지털로 복각하는 과정에서 이 녹음들이 거의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재생된 것입니다.
비스마르크와 몰트케의 육성녹음 외에도, 이들 음반들 중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쇼팽 연주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슈베르트 가곡 녹음도 남아있으며, 19세기 말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들인 엠마누엘 무어 (Emanuel Moor)와 알프레드 그룬펠트 (Alfred Grunfeld)가 남긴 가장 이른 시기의 녹음들도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테오 방게만의 유럽 순회 당시 녹음된 음반으로 유일하게 여지껏 실물이 확인되었던 작곡가 브람스의 육성 및 피아노 연주 녹음의 경우, 소장자의 무지로 인한 파손과 마모, 그리고 2차대전 중 파손된 부분 등등으로 거의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이 남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제 이들 녹음들이 발견되면서 보다 나은 상태의 19세기 음악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자, 이제 비스마르크의 육성 녹음을 올려보겠습니다.
(120년 전의 녹음인 관계로 음질이 매우 열악합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육성녹음 채록문 원문
[Announcer:] Friedrichsruh am siebten Oktober
Achtzehnhundertneunundachtzig (1889).
[Bismarck:] In good old colony times,
When we lived under the King,
Three roguish chaps fell into mishaps
Because they could not sing.
Als Kaiser Rotbart lobesam
Zum heil'gen Land gezogen kam,
Da mußt er mit dem frommen Heer
Durch ein Gebirge wüst und leer.
Gaudeamus igitur,
juvenes dum sumus.
Post jucundam juventutem,
post molestam senectutem
nos habebit humus.
Allons enfants de la Patrie
Le jour de gloire est arrivé
Contre nous de la tyrannie
L'étendard sanglant est levé.
Treibe alles in Maßen und Sittlichkeit, namentlich das Arbeiten,
dann aber auch das Essen, und im Übrigen gerade auch das Trinken.
Rat eines Vaters an seinen Sohn.
비스마르크는 이 녹음에서,
미국 민요인 "그 옛날 좋은 식민지 시절에 In Good old Colony Times"와,
독일 시인 루트비히 울란트 (Ludwig Uhland)가 쓴 "붉은수염 황제 이야기 Als Kaiser Rotbart lobesam"의 1연,
그리고 중세시대부터 유명했던 라틴어 권주가인 "젊은이의 노래 Gaudeamus igitur"와,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국가 "라 마르셰예즈"의 1절 (!!!!!)을 낭독한 뒤,
자신의 아들 헤르베르트에게 "앞으로 인생을 겸손하게 살라"고 충고하는 육성 메시지를 끝에 아주 짧게 녹음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라 마르셰예즈를 녹음한 것을 보면 비스마르크 이 사람도 어지간한 유머감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비스마르크 육성을 비롯해 다른 녹음들은 모두 에디슨 역사공원의 공식 홈페이지 웹사이트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방문하셔서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덧글
비스마르크의 육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대(大) 몰트케가 햄릿과 파우스트의 구절을 읖조리는 것이 더욱더 가슴에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