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톤을 받아 쓰는 고전독서 20문 20답입니다...(*현재 작성중) by 진성당거사

새로운 바톤 돌리기-고전독서 20문 20답

주말 이래 떨어지지 않고 있는 목감기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지라 아주아주 길게 쓰지는 못하고, 일단 초만 대충 잡은 뒤 주말 전후까지 조금씩 살을 붙여볼까 합니다. 

1. 본격적으로 고전을 읽은게 언제 때부터인지?
- 정확히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급문고에 꽃혀있던 삼중당 세계문학전집 몇 권을 처음 읽고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그 해 운동회 날 다른 친구들이 수다 떨고 응원을 할 때 나는 한 구석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포켓판을 읽고 있다가 학부모회 일로 나오신 어머니께 들켜서 너무 튀려 하는거 아니냐고 혼나기도. 


2. 처음에 접했던 고전은?
- 위에서 말했던 삼중당 세계문학전집, 그 중에서도 기억이 맞다면 『돈 키호테』(1부) 가 아니었나 싶다. 전집물을 제외하고 단행본으로 처음 읽은 건 『삼국유사』. 까치에서 리상호의 북역본이 막 나왔을 때 엄마를 졸라 처음 서점에서 돈을 주고 구입했었다. 그 때가 대략 1년 쯤 지난 1999년 여름방학 무렵. 여담이지만 그 이전에 봤던 어느 학습만화 책에는 그 유명한 '에밀레종 설화'가 삼국유사에 출전이 있다고 잘못 나와있었기 때문에, 이 역본을 보고 처음으로 『삼국유사』 에는 에밀레종 설화 따위는 없다는 충격과 공포의 사실을 알고 인생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3. 요사이 새롭게 읽는 고전은?
- 알베르트 슈바이처, 『역사적 예수를 찾아서 Geschichte der Leben-Jesu-Forschung 』 
- 요한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Gesprache mit Goethe 』
- 토마스 불핀치, 『신화의 시대 The Age of Fables 』


4. 첫 인상이 가장 강렬했던 고전은?
- 『맹자 孟子』, 그 중에서도 특히 양혜왕편.


5. 자주 읽고 좋아하는 고전은? 
- 마르크 블로흐, 『역사를 위한 변명』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 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 흥망사』
- 사마천, 『사기』 - 특히 열전
- 윌리엄 셰익스피어, 대부분의 희곡들.


6. 고전에서 좌우명으로 꼽은 구절이 있는가?

- 다윈의 『인간의 유래』의 마지막 문구,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일, "인간의 기원과 역사에 빛이 던져지리라 Light will be thrown on the origin of man and his history" :" 진정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탐구가 어떤 것인지를 간결하고도 겸손하게 나타낸 구절이 아닐까. 비단 이과계열 과학 뿐 아니라 문과 쪽 분야에서도, 역사학적 방법론이 결합된 학문에라면 어디든 적용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 키케로 Cicero, 『코르넬리우스 발부스 변호문 』  
 한가지 일에 끈기있게 몰두하는 연습은 종종 재능과 재주를 능가한다.
 Assiduus usus uni rei deditus et ingenium et artem saepe vincit.


7. 고전 독서의 원칙이 있다면?
- 다독
- 반복독
- 원전 및 원문 확인 및 대조.
- 주석본 최대한 참조하기.
- 다른 책에 인용된 경우 그 인용 용례 기록해두기 :  역사적으로 존재감이 큰 소위 대사상가의 생각을 좀 진지하게 느끼고 싶을 때 자주 쓰는 방법이다. 일단은 다짜고짜 원전부터 보지 않고, 먼저 2차 개론서를 본 뒤에, 인용문이나 관련 주석이 있는 내용을 공책 또는 메모지에 표시하고, 이것을 원전에서 찾아본다. 이 때 반드시 두 개의 번역본과 원문 (*읽을 수 있는 범위 한도에서; 서양 사상가의 경우는 사실 영역에 많이 의지했다)을 깔아놓고 크로스 레퍼런스 작업을 해 가며 읽는 것이다. 


8. 좋아하는 고전번역가는?
- 특별히 꼽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역시 가독성이 좋으면서 원문에 충실한 사람이면 누구든 오케이.


9. 개인적으로 별로라고 생각하는 고전번역가가 있는가?  
- 일단 정리를 하자면 중역자들, 원문보다 가독성을 올리겠다고 제 멋대로 행간을 바꾸는 역자들, 그리고 별 필요도 없이 지나친 의역을 하는 사람들이다. 꼽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너무 많아서 혹시 싸잡혀서 소송당하지는 않을까나....;


10. 개인적으로 난해해서 원망스러운 고전작가는?
- 임마누엘 칸트 : 도올 김용옥이 왜 질려버렸다고 하는지 정말로 이해가 간다. 
- 제임스 조이스 : 다른 말은 필요없다. 살려줘!
- 노자 : 선문답이 창조되기 전부터 선문답을 하고 계셨으니 헷갈리기가 그지 없다.
- 누군지는 몰라도 주역을 쓰신 분 : 애초에 본인이 숫자라는 것과 거리가 다분히 먼 사람인데 여기에 도형까지.....ㅠㅠ


11. 개인적으로 '이분처럼 글을 쓰고 싶다' 하는 고전작가는?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 쓴 글 하나하나가 톡톡 튀고, 그 특유의 시니컬함조차도 볼 때마다 맛깔스럽다.


12. 국내에 번역이 안 되어 있는데 번역되었으면 하는 고전은?
- 번역본이야 사실 꽤 많지만 정작 멀쩡한 것을 거의 본 일이 없는 중세 유럽 서사시 번역을 누가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 옛 민족문화추진회 번역본들 가운데 재판이나 인터넷 DB로 확인하기 어려운 작품들.
- "진짜" 정본 『 삼국지 』(*판본대조 문헌비평판) : 거의 개작이라고 해도 무방한 수많은 국내 번역본들 말고, 중국 내에서 돌아다니는 판본들을 한데 묶어 정리한 문헌비평판을 한번 제대로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말로.


13. 번역이 되있지만 출판시장에 없어서(또는 절판되어서) 다시 나왔으면 하는 고전은?
-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최재서의 옛 영문학작품 번역들은 부디 제발 누군가 되살려 복각해주면 좋겠다. 최재서의 문투만큼 기막히게 뉘앙스와 한국적 분위기를 동시에 잡아낸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최근 박진영 선생의 작업을 통해 다시 빛을 보고 있는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초기의 서양 문학작품 번역본들 가운데 간혹 정말 괜찮고 재미있는 번역이다 싶은 것들이 있는데, 최재서의 번역본들을 보면 딱 이런 작업이 절실해보인다. 


14. 평가가 갈려서 흥미를 끌었던 고전은?
- 마키아벨리, "군주론" ; 처음 바톤을 터치하신 hyjoon님과 비슷한 이유다. 
- 칼 마르크스, "자본론" :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릴 수 밖에 없는 책이기는 하지만, 일단 읽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전반적인 뉘앙스 자체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것이 자본론이 아닌가 한다. 어떻게 읽으면 다분히 사람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하는 현실적인 선동의 마력이 있는 책으로도 읽히고, 또 다른 시각으로 읽으면 무려 "인간에 대한 은근한 애정"이 묻어나는, 다분히 낭만적이고 관념적인 책으로도 읽힌다. 
- 기독교의 성경을 비롯한 주요 종교의 경전들 : 더 설명이 必要韓紙?

15. 남들은 고전이라고 하는데 이딴 게 왜 고전인지 모르겠다 싶은 책이 있는가? 
- 루스 베네딕트 : "국화와 칼"  - 일본 문화와 사회의 유니크한 요소라고 짚은 것들이 사실상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동아시아적 가치관일진대, 헛다리도 이만저만 헛다리일수밖에. 사실 베네딕트 본인이 인정했다시피 이건 순전히 전쟁 중 어쩔수 없이 쓰게 된 매문행위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16. 돈주고 사고 나서 후회한 고전이 있는가? 
-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입문』 및 미셸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 : 둘다 그럴듯한 말 뿐인 사이비 학문의 대표작. 인간의 과학과 철학을 이해하는데 한두번 남짓만 보고 넘길 일개 참고문헌적 가치밖에 없는 책들을 왜 고전이라고 칭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위 15번 항목에도 포함될 책이겠지만, 베네딕트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실망감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 덜하다.


17. 못읽었지만 앞으로 읽을 계획이 있는 고전은? (*작성중)
- 일본의 고전작품; 고사기나 일본서기, 겐지모토가나리 등등. 중역본이나 축약본, 해설본은 읽었지만, 그런것 말고 진짜배기
- 얘기만 자주 듣는 중세 유럽의 서사시나 종교문학 작품들. (*이런 것을 고전이라고 부를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18. 쓰여진지 얼마 안되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아 고전이 될 것 같은 책으로 꼽고 싶은게 있는가? (*작성중)
- 마이클 셔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 마틴 가드너, "과학의 이름으로"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 케네스 페더 Kenneth Feder, "사기, 신화, 그리고 수수께끼"


19. 고전을 대하는 태도 중에서 제일 싫은 것은? (*작성중)
- "서/연/고대생 필독서 100권"이네 어쩌네 운운하면서, 마음도 없는데 억지로 강요당해 고전을 접하는 태도. 
- 독선과 아집, 특히 기독교적인 관점을 갖고 비기독교 계통의 고전을 폄하하고 경멸하는 태도.  
 

20. 혹시 바톤 넘기고 싶은 분들이 있는지?
- 경군님, Shaw님, 월광토끼님....받아주세요.


덧글

  • 2012/02/01 20:4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우 2012/03/01 12:46 #

    오오 이런 20문답이 있었군요.

    1. 프로이트의 책을 어쩌다가 (거의 다) 읽어보게 되었는데, 꿈의 해석이 고전이 되야하는가는 저도 좀 의문입니다. 그래도 한때 심리학계서 주류로 자리잡을 '뻔'한 정신분석학이 어떤 학문이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한번쯤 보는것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근데 정신분석입문은 어떤 책인지요? 정신분석학 개요를 말씀하시는건가요?

    2. 서/연/고대생 필독서 100권이 아직까지도 잘 살아남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책 앞에 서/연/고대생 필독서 100권이라고 붙이면 사람들이 우루루 사가는 현상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저도 이런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글에서 언급하신 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목록의 기준이 애매모호 하다는 점이...

    말이 나온김에, 제가 본 여러 필독서 목록에서 가장 어이없던 필독서 기준은 제가 다니는 학교인 서강대학교 필독서 1차 목록이었죠. 도대체 그 많고 많은 인문학 필독서 책중에서 성경이;;;
  • 진성당거사 2012/03/01 18:45 #

    아직 완전하게 다 작성하지 못한 글에 이렇게 덧글을 달아주시니 황송합니다.

    1. "Vorlesungen zur Einführung in die Psychoanalyse"을 가리킨 말입니다. "정신분석학 개요" 와 동일한 책인것 같습니다.

    2. 뭐 마케팅 전략이라고 하지만, 서연고 핉독서 100권 리스트에는 출판사나 역자 정보가 담긴 경우가 드물어서, 질낮은 역본도 마구잡이로 팔려나가는게 참 보기 싫습니다.

    3. 서강대야 뭐 제수이트 교단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인데 성경 하나 안 넣을 수 있겠습니까. 뭐 성경이 인문학 필독서라는 것에는 공감합니다. 저야 무신론자입니다만.

    *그나저나 요번에 올려주신 포스팅에 디스코그라피 정보랑 한두가지 것들 덧글로 달았습니다. 확인하셨는지요?
  • 한우 2012/03/02 00:10 #

    1. 징신분석학 개요를 읽으신거라면, 고전이라고 취급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사실 프로이트가 제대로 다 쓰지도 않은 책인데다가, 내용이 전체적으로 자신이 성립한 개념, 사상을 압축에 압축을 거듭해서 적은거라서... 어떻게 보면 자기가 쓴 책들의 요약본인 셈이죠.

    P.S 넵. 수정해서 올렸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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