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복원 공사 짚어보기 - 1 - 남대문은 결국 현대 건축물이 되는가? by 진성당거사

(이하 본 포스팅에 사용된 사진의 상당수는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PDF 파일로 올려져 있는 각종 보고서 문서파일에서 전재한 것들입니다. 무단 전제나 복사를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 관련 문제가 있을 시 즉각 조치하겠습니다.)

<Prologue>

최근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문화재 도서" 코너에는 서울 숭례문 (이하 남대문) 복원공사와 관련된 일련의 용역보고서 및 홍보 책자 들이 PDF 파일로 무료 공개되었다. 이 내용을 다 읽고 나서 결국 느낀 건 대단한 실망감이었다. 역시 문화재 보존의 제 1원칙,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절대 다시는 그 가치를 되찾을 수 없다" 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본 블로그에서는 이들 문화재청 용역보고서들을 중심으로 올해 안으로 완료될 예정인 남대문의 복원 공사에서, 어떤 점들을 한번쯤 다시 생각하고 되짚어봐야 할지 두세차례에 걸쳐 나눠 살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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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3월 8일, 서울 남대문의 복원 공사현장에서는, 복원 공사의 마무리 단계라 할 수 있는 상량식이 거행되었다. 각 언론이 이 행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했고, 수많은 관련 사진들이 인터넷 보도자료로 올라왔다.

그런데, 잠깐, 당시 찍은 아래 사진들을 한번 보자.

눈에 보이는 부재의 거의 절대 다수가 완전히 새로 치목된 새 목재임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물론, 2008년에 저렇게 타버린 남대문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상층부 부재의 거의 모두가 새로 사용되었을 거라는 거라는 예상은 누구든 했을 것이다.
자꾸 보고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볼 수 밖에 없는 처참한 광경.
남대문 방화 사건 바로 다음날의 모습이다.
사진에도 역력히 드러났듯, 문루 2층은 거의 대부분 없어졌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다. 이전부터 계속해서 이 문제에 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또한 관련 포스팅을 두어번 했었기 때문에, 자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의문점을 갖게 되었다.

첫째, 화재 후 수습된 기존 부재 가운데 수리공사 시 교체하지 않은 원래의 부재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둘째, 이들 수습부재 가운데 실제 복원공사에 활용된 것은 얼마나 되는가? 

문화재청에서 공개한 자료들 가운데,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간하고 (주)삼성건축사사무소와 한국건축역사학회가 편찬한 "숭례문 화재수습부재 조사보고서" (2009.7.) (이하 수습부재 조사보고서)와,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편찬한 "숭례문 목부재 연륜연대 분석 및 기증목재 기초조사 연구보고서" (2011.9.) (이하 연륜연대 보고서) 가 오늘 살펴볼 부분과 관련해서는 가장 주목할 만한 자료라고 하겠다.
 
먼저, 첫번째 의문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Q1: 화재 후 수습된 기존 부재 가운데 수리공사 시 교체되지

 않은 원래의 부재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2008년 화재 이후 약 2년 동안의 기초수습 작업이 진행된 이후, 2010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문루 구조물의 해체가 이루어졌고, 그 해 말까지 이 작업이 완료되었다.

그 후,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주도로 2011년 4월 5일부터 그해 10월 2일까지, 수습된 부재들에 대한 집중적인 연륜연대 측정이 이루어졌다. 연륜연대 측정이란, 건축물에 사용된 목재에 남아있는 나이테를 조사해 그 목재의 벌채 연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모든 나무는 생장하면서 마치 바코드처럼 완전하게 동일한 형태의 나이테 모양을 이루게 된다. 이를 통해 최외각 연대, 즉 목재에 남아있는 마지막 바깥쪽 나이테의 시점을 확인하면, 나무가 벌채된 해를 오차 없이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다. 따라서, 관련 기록이 미비하거나 없는 건축물이나 목조 유물의 나이를 정확하게 확인하는데 방사능 연대측정법보다도 훨씬 더 유용한 기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20세기 중반에 처음으로 관련 연구가 진행된 유럽의 경우 현재 무려 기원전 10,000년까지 이르는 목재 나이테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고, 일본과 중국의 경우도 기원전 1.500년까지 이르는 나이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관련 연구가 시작된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고, 그동안 진행된 연구도 매우 미비해 현재로서는 서기 1170년 이후의 약 840년 어치 데이터만 확보된 상태이다. 

어쨌든, 충북대학교 측의 연구로 확인된 주요 건축부재 목재 절대 연대는 다음과 같다.
(*이하 도표는 "연륜연대 보고서" P.48에서 전재)

 
문루 1층 부재 연대측정 결과

문루 2층 부재 연대측정 결과
(* 연대 표시가 없는 것은 화재로 인한 손상 등으로 인해 나이테의 연대 측정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보시다시피, 태조 때 초창된 당시부터 남아있는 목재는 극소수이며, 구 부재 중 대다수는 세종 때 있었던 개축 때 집어 넣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그 마저도 소수이며, 기둥 40개 가운데 29개와 대부분의 구조체는 모두 1961년에 교체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도표 자체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는데, 본 도표에서 "(구) [부재명]" 으로 표기된 것들은 부식이 너무 심해 재사용이 불가능해서, 1961년의 보수 공사 때 건물에서 분리해 별도로 보관하고 있던 부재들이다. 즉, 이것들은 모두 화재 이전의 건물에서는 1961년에 신재로 교체되었던 것들이다. 

종합해보면, 기존에 있던 숭례문 문루의 상당 부분은 이미 1961년에 있던 대규모 수리공사로 이미 대부분 새 부재로 교체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가 2008년까지 봐 왔던 남대문은 이미 그 뼈대 대부분이 20세기의 것이었다는 것이다. 이 작업은 이미 유네스코 국제 기념물 유적협의회 (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ICOMOS)에 의해 채택된 베니스 헌장의 9조와 11조를 위반하는 것이지만, 이 헌장 자체가 남대문 보수공사보다 뒤에 성립된 것이고, 또한 1961년 당시의 여건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더 이상 왈가왈부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두번째 의문점으로 넘어가보자.


Q2: 이들 수습부재 가운데 실제 복원공사에

활용된 것은 얼마나 되는가? 


일단 제일 처음의 사진 두 장에서도 알 수 있듯, 문루 2층의 피해 정도가 원체 심각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부분이 신재로 대부분 채워 넣어졌을 것임은 누구든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구체적인 활용도는 어떠했는가?

이와 관련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수습부재 조사보고서"와, 명지대학교 부설 한국건축문화연구소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공편한 "숭례문 손상 목부재의 재활용 방안연구" (2009.2.) (이하 "재활용 방안연구")를 참조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문화재청에는 PDF 파일이 없고, 국회도서관 웹사이트에서 PDF파일 뷰어로 열람이 가능하다.

먼저, "재활용 방안연구"에서 앞서 지난 2009년 2월에 잠정적으로 결론 낸 표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미 아주 많은 부분의 부재를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짓고 있다. 다만 표에 제시된 수량이나 내역이 구체적이지 못해 자세한 내역을 알기 어렵게 되어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수/보강" 으로 구분된 목재들인데, 이것들은 합성수지나 볼트 등을 사용해 충전 및 강화를 시키거나 또는 탄화된 목재의 겉 부분을 새롭게 치목하거나 또는 다른 나무의 외피를 입혀 재가공하는 방안을 통해 재사용하는 것이다. 즉, 이것들은 사실상 목재를 다시 치목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라 하겠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목재 가공 부분은 절단 또는 박리되니 문화재적인 가치는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6개월이 흐른 뒤 나온 "수습 부재 조사보고서"에서 제시된 보다 구체적인 재사용 여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조사 당시 문루 잔해의 해체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가 육안으로만 진행된 하층 기둥이 조사 내용에서 누락되어 있다. 일단 이 표만 보아도 재사용이 가능한 목재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하지만 보고서 본문 192쪽에 따르면, 상층 및 하층의 전체 잔존부재의 육안조사 결과, 그 가운데 재사용이 불가능한 C와 D에 해당하는 부재가 각각 전체의 29.9퍼센트와 31.3퍼센트로 도합 61.2퍼센트에 이르며, 재가공이 필수 불가결한 B등급의 목재는 33.5퍼센트에 해당한다. 즉, 아무런 재가공 없이 다시 사용이 가능한 A등급의 목재, 즉 "순수하게 원래 남대문에서 나온 부재"는 고작 5.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탄스러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마저도, 위에 제시한 잔존 부재의 연륜연대 측정 결과와 맞추어 종합해보면, 기실 복원 공사에서 재사용된 목재는 결국은 거의 모두가 1961년 교체된 부재 뿐이라는 것이 명백해진다. 

결국 이 모든 결론을 따라 종합해보면, 올해 12월에 모습을 드러낼 새로 복원된 남대문은, 아주 극소수의 부재 일부를 제외하고는 20세기와 21세기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 현대 건축물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전부터 본 블로그에서 얘기했던 바이지만, "테세우스의 배" 상황이 정말로 벌어진 셈이다. 이런 식이 되어버린 이상, 숭례문의 문화재적 가치는 2008년의 화재로 완전히 소멸된 것이 명백해 보인다. 국보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국보 지정에서 해제되지 않는다는 것은 애초에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고 말이다.

여기서 잠깐, 다시 되짚어보는 대한민국 문화유산헌장 전문.
여기 쓰여있듯, "문화 유산은 한번 손상되면 다시는 원상태로 돌이킬수 없다"



(다음 파트에서는 남대문의 외장재, 특히 기와에 대한 글을 짧게 써보려 한다.)

덧글

  • 야스페르츠 2012/05/06 20:16 #

    허허... 그냥 새로 지었군요. 뭐, 사실 이미 예상하던 일이긴 하지만..
  • 진성당거사 2012/05/06 20:31 #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 無碍子 2012/05/06 20:33 #

    문화재의 가치에 대해서는요.
    일단 목재로 된 문루는 모두 2000년대 건물이라고 치고, 석재로 된 홍예문은 원형이라고 가정하면요.
    문루가 소실되었다 하더라도 남대문 그 자체로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개건하지 않고 문루가 없는 상태로 보전하는 것도 생각 해 볼 문제입니다.

    남대문 박물관 같은 걸 만들어 홍예문은 이미테이션으로 개건하고 불탄 목재와 기와로 문루를 만드는 거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 합니다.
    기념비적 건축물은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당시대 최고의 건축자재로 지어졌었습니다. 아예 문루를 목재가 아니라 공구리로 개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 진성당거사 2012/05/07 00:09 #

    음......그냥 Sarcasm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진담은 아니시겠지요.
  • hyjoon 2012/05/06 21:41 #

    일단 손을 댄 인간이 ㅅㅇㅅ라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드는 1人
  • 진성당거사 2012/05/07 00:09 #

    뭐 어쩔 수 있습니까. 듣자니 대목장 누구 뽑을지 자문회의에서 한 표 차이로 갈렸다나봅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2/05/06 22:12 #

    여전히 문화제 관리실태가 나아지지 않을걸 생각하면...ㄱ-

    그러고보니 저 방화범은 창경궁 방화까지 했었죠.ㄱ-
  • 진성당거사 2012/05/07 00:08 #

    창경궁 문정전에서 문짝만 태웠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그 바로 옆에 있는 명정전에까지 불이 붙었으면 순식간에 국보 하나가 날아가는 것이었을테니까요.
  • 海凡申九™ 2012/05/06 22:45 #

    진짜 불 난 꼴 쌩으로 봤을 때
    방화범 진짜 칼이나 뭐나 구해서 죽여버리고 싶던데... oTL
  • 진성당거사 2012/05/07 00:07 #

    채종기 씨는 지금 잘 복역중이십니다.
  • 행인1 2012/05/06 22:50 #

    역시나 '예방'이 중요하군요.
  • 진성당거사 2012/05/07 00:07 #

    그러게나 말입니다. 한번 이렇게 되면 돌이킬수가 없게 되는거지요.
  • 한단인 2012/05/06 23:58 #

    하아...
  • 진성당거사 2012/05/07 00:11 #

    후유.........
  • 셔먼 2012/05/07 02:11 #

    이래서야 삼청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퓨전가옥과 다를 바가 없잖습니까(...).
  • 진성당거사 2012/05/07 23:40 #

    그러게나 말이지요.
  • 푸른화염 2012/05/07 11:20 #

    옛 것은 한번 소실되어 '새로' 만들어야 할 때가 오면 그 가치를 잃는 법이지요.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헌데 이쯤되면 지붕을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궁금해 지는군요.a ㄱ- 보고서를 찾아 보면 좀 나오려나요...
  • 진성당거사 2012/05/07 23:40 #

    지붕이라는 것이 어떤 부분 말씀이십니까?
  • 푸른화염 2012/05/08 00:04 #

    음.. 말 그대로 목구조 위의 적심~기와 그 부분을 말합니다. 신응수가 또 개판 공법 쓸거 같아서리...;;;
  • 토끼와거북이 2013/04/16 23:58 #

    건축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입니다. 마침 전공분야라서 모르는 분의 블로그인데도 이렇게 댓글을 달게 되네요. (1년이나 지난 글인데;;)

    글쓴님께서 참고문헌으로 가져오신 베니스 헌장은 미래세대에게 진정성을 물려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 "진정성"을 어떤 기준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가 복원의 중요한 사항일 것입니다.

    진정성에 대한 나라(奈良) 문서(유네스코, ICCROM, ICOMOS가 참여해서 1994년에 만든 문서)가 이 "진정성"의 기준에 대해 하나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는데요. 나라 문서 11조에서는 진정성을 정해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화적 맥락 속에서 유산을 고려하고 판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진정성은 정보원(information source)의 다양한 가치와 연관될 수도 있고 형태와 디자인, 재료와 부재, 사용성과 용도, 전통과 기술, 위치와 배치 등의 요소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 볼때 "진정성"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핵심일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원래 "재료와 부재의 철저한 원형 보존"을 진정성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옛날의 숭례문에 비해 현재의 숭례문이 훨씬 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형태와 디자인의 철저한 복원"을 진정성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기존에 문화재연구소에서 제작한 실측보고서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기술을 사용하여 거의 완벽한 형태와 구조를 재현해 낼 수 있죠. 동아시아의 전통 목조 건축물의 경우 석조나 콘크리트조 건축물과는 달리 부재의 수명이 짧거나 손상이 쉽기 때문에 (물론 현대 목구조는 방화나 방부처리 등을 통해서 수명히 훨씬 올라갑니다) 부재의 교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글쓴님이 자료를 올려 주신 것에도 있지만, 조선시대에도 이미 수차례 구조 상부의 부재 교체가 이루어졌죠.)
    예를 들어 이세 신궁의 경우 20년마다 아예 같은 형태로 재건축을 해 버리는데요, 기술적 전통과 사용성, 형태에 있어서는 진정성이 계속 이어져 내려올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재료와 부재는 아예 새로 갈아 버리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는 진정성이 없다 라고 볼수도 있겠죠.

    숭례문이 갖는 상징성을 살펴볼 때, 완벽하게 수복이 이뤄진다면 어느 정도 진정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국보 1호는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00%의 진정성은 못 가지겠지만 70-80%는 갖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의견을 던져 봅니다 지붕은 파괴되었지만 1층 부분은 기존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부재와 재료 면에서도 진정성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

    그렇다면 얼마나 더 철저하게 복원하느냐가 이슈가 되겠죠. 위에 푸른 화염님이 올려 주셨다시피 경복궁의 흥례문 복원이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적심(서까래와 기와 사이에 넣는 쪼가리) 대신에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지붕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바꿨죠. 또 공장제 기와의 사용, 전통 공법 대신 전동 공구를 이용한 현대 기술의 사용 등으로 인해 외형적으로 매끈하지만, 전통적인 조형미를 확 죽여버리는 결과를 낳게 했다고 합니다. (흥례문 복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문화재청의 최종덕 박사님 논문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건설 산업에서 시공기간과 비용을 살리기 위해 시공의 질이 저하되었던 일들이 왕왕 있었는데요(부실공사라고도 합니다), 이런 악습이 문화재 복원시공에서 없어지지 않는게 큰 문제네요. 어떻게 보면 문화재 복원에서 감리(도면대로 시공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는 일)가 제대로 되지 않는게 아닌가 합니다.

    결국 전통적인 형상을 얼마나 더 재현하려고 노력하느냐가 진정성을 더 살리는(다시 말해 베니스 헌장의 정신을 살리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원형 그대로, 숭례문을 건설하던 전통 기법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문화재 복원 현장에서 비용, 혹은 시간의 문제로 현대 목구조의 기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서울의 심장부에 위치한 문화재라는 기념성을 미루어 볼 때, 철저한 복원이 필요합니다.

    문화 유산은 한번 손상되면 원 상태로 되돌이킬 수 없다고 해서, 되돌이키려는 노력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그렇다면 문화재 복원이나 수리는 의미가 없는 일이겠죠.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원형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베니스 헌장 9조에 보면 복원 작업에서 추측이 들어가는 순간 복원이 멈춰져야 하고, 불가피한 추가작업은 건축구성에 있어 식별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관람객들에게 기존의 것이 남아있는 부분과 화재 이후 복원된 부분을 모두 보여주는 안내도를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봅니다.
  • 토끼와거북이 2013/04/16 23:46 #

    흥례문 복원의 문제점에 대한 최종덕 박사 논문을 링크합니다 :
    http://ufc.snu.ac.kr/pdf_source/choi_200900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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