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드디어 공익근무가 끝났습니다. by 진성당거사

(*오늘 글은 이것저것 넋두리성이 강할 듯 싶지만 그래도 잘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방금, 그러니까 2012년 5월 14일 자정을 기해서 저는 공식적으로 공익근무요원 복무에서 완전히 소집해제된 민간인이 되었습니다. 2010년 5월 13일(목)부터 2012년 5월 13일(일)까지, 정확히 731일 동안 (*2012년이 윤년이지요) 근무한 셈입니다.

뭐랄까, 돌이켜보면 그 동안 복무 중에 스트레스도 쌓였고, 답답한 일도 많았고, 또 힘든 일도 꽤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것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동사무소를 비롯한 행정관서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남들보다 이제 훨씬 훤하게 되었고, 대인 관계라던가 하는 부분에서도 훨씬 발전이 있었고, 책임감을 더 키운 것도 같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일과로 해왔던 것들에서 벗어나 다시 새로운 생활패턴을 찾아야 한다는게 뭔가 살짝 설레기도하고 또 조금은 두렵기까지도 합니다. 빨리 적응해서 하루하루를 공익때보다도 더 열심히, 짜임새 있게 살도록 해야겠지요.

<1. 되돌아보는 주중 일과 (2010. 6.11 ~ 2011.12. 8)>  

오전 5시 : 기상. 침구 정돈 및 목욕, 아침식사.
오전 5시 30분 ~ 6시 : 양치. 이메일 확인 (* 근무지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기 떄문에).
오전 6시 15분~30분 : 버스를 타고 출발 (여름, 겨울) / 자전거를 타고 출발 (봄,가을)
오전 7시 10분 ~ 40분 : 근무지 동사무소에 도착. 상황근무자 출근까지 기다림.
오전 7시 50분 ~ 8시 : 상황근무자와 같이 동사무소 출근.
오전 8시 10분 ~ 50분 : 바닥 청소, 점등, 자동문 전원 켜기, 각 문의 자물쇠 열기, 문서 파쇄기 비우기, 화분 물 주기, 창문열기
오전 9시 - 공식 업무시작 

 주요 업무 : 민원24 (어디서나 민원) 신청 접수 및 처리,
                 세무 (제증명 발급),
                 농지원부,
                 대형폐기물 배출스티커 교부 및 정산
                 관내 인감대장 정리 및 전출입 관리
                 각 분기별 관내 공공근로 근로자 신청 안내 및 관리
                 공휴일, 민방위 훈련기간 중 태극기/민방위 깃발 관내 도로변에 게양
                 농협 지점에 민원수수료 및 기타 공금 납입
                 관용 우편물 / 안내 우편물 우체국 송부
                 구내 커피 자판기 청소 및 요금 관리   
                 기타 자질구레한 바깥 일 (*동사무소 국기 교체, 관내 불법현수막 제거, 시정안내 벽보/현수막 설치 등등)   
                                 
오후 1시 ~ 1시 50분 : 점심시간. 2층 회의실 옆 골방 또는 1층 뒷방 휴게실에서 잠시 쉬거나 바깥 산책 나갔다옴.
오후 2시 ~ 5시 50분 : 업무 계속 수행.
오후 5시 50분 ~ 55분 : 폐지 및 이면지 파쇄, 매일 분 인감 정리, 일일복무상황부 작성, 자리 정리, 민원수수료 정산영수증 출력 
오후 6시 : 동사무소 업무 마치고 퇴근. 
오후 6시 40분 ~ 7시 : 귀가
오후 7시 ~ 7시 30분 : 목욕, 컴퓨터
오후 7시 40분 ~ 8시 : 저녁식사.
오후 8시 이후 : 자유시간.
오후 10시 전후 : 취침.

2011년 12월 8일부터 소집해제 전까지의 약 5개월 동안은 근무지를 동사무소에서 몇 블럭 떨어진 관내 주민자치센터로 옮겼습니다. 자질구레한 청소나 시설 관리 외에는 업무가 많이 줄었고, 근무지의 특성상 개인적인 시간도 틈틈히 많이 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일과는 거의 똑같이 계속 지켰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어떻게든 부지런하게, 열심히 근무하려 노력했습니다. 공익근무라는 것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든 대충대충 흉내만 내든 복무기간이야 어떻게든 똑같게 흘러가고 보수도 똑같이 나오는 거지만, 이왕이면 허송세월하며 대충 지내기보다는 그래도 일을 게을리 한다는 지적은 절대로 받지 않고 나름 인정받으며 복무하고 싶었거든요. 한마디로, 기껏 "공익 하는 주제에" 라는 말은 어디 가서 듣기 싫었습니다. 덕택에 저와는 생각이 다른 선후임 공익들 몇몇의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끝까지 이렇게 흐트러지지 않고 일한 게 그저 뿌듯합니다.


<2. 여남은 말 몇 마디>

1.
공익근무를 하필 행정관서에서 하다보니 느낀 거지만, 확실히 공무원 조직이 어떤 곳인지, 공무원 사회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또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떤 모순이 있는지가 그리 오래지 않아 조금씩 눈에 들어오더군요. 제 주변에는 공무원을 단순히 수입이 보장되어 있는 소위 신의 직장 운운하며 벌써부터 공무원 시험만 마냥 준비하는 사람도 꽤 있지만, 막상 내부관찰자 시점에서 공무원들의 업무 환경이나 사정을 보게 되니, 이 직업도 역시 다른 직장이나 사회적 위치와 별다를게 없고 오히려 더 힘들다면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적"을 어떻게든 내기 위해 미친듯이 안간힘을 쓰면서 자기 앞만 보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철밥통"이란 말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대충대충 무사안일 공무원도 있었지요. 시기, 질투, 술수, 기만, 조작, 방조, 도둑질, 직무유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결쟤"와 "승인", 그리고 "검토" 등등의 사이에는 "효율"이란 찾기 어려웠습니다. 중앙관서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의 대부분은 순도 100퍼센트의 "탁상공론"이었구요. 뭐, 취직이 머나먼 얘기인 일개 대학 휴학생이 제멋대로 지껄이는 소리이니 너무 깊게 들으시면 골룸합니다만, 확실히 공익근무요원 주제였어도 이건 뭔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때가 몇 번이고 있었지요.

2.
동사무소 근무하는 동안 사건사고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홍수와 산불 따위의 자연재해도 겪었고, 도난 사고나 강도 등의 일도 있었고, 자살사건과 살인사건도 관내에서 벌어졌었지요. 심지어 이곳 동사무소 관계자가 저지른 범죄사건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일의 경우는 같은 곳에서 일하고 알고 지내던 사람이 그랬다는 사실이 제게 있어서는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또 환멸감이랄까 하는 것도 많이 느껴졌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여기에 적기에는 원체 껄끄러운 소리라 쓰지 않겠습니다만, 앞으로도 또 그런 일이 제 주변에서 터지면 그때는 정말 견딜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3.
이 동사무소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행정관서 배속 공익근무요원/사회복무요원들의 고충이겠지만, 공식적으로는 공무원과 그 보조직원들이 맡아야 할 일을 공익근무요원들이 대신한 것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가령 제 주요업무였던 세무 제증명이나 민원처리의 경우도 본래의 담당자는 창구 근무 공무원들이지만 "인원과 시간의 문제"로 결국은 저희가 떠 맡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시청에서의 인사발령 및 보직이동이 1년에도 3~4차례 씩 있다보니 결국에는 책임소재가 있는 담당자들이 자기들의 명목상 업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상한 일까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인감대장 정리 및 전출입 정리 업무의 경우도, 공무원처럼 비밀취급인가도 없는 공익들에게 개인의 사진,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지문, 인감 등을 취급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원칙상으로는 불법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4. 
또 한 가지 매우 씁쓸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 시민의식이랄까 하는게 정말 뿌리깊게 자리잡으려면 많이 멀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동사무소 근무하면서 단 하루도 민원인들이라는 사람들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근무한 동사무소가 위치한 곳이 아무래도 저개발지역이고, 농지 및 자연부락이 상당 부분인 동네인만큼 시민의식이랄까 하는 부분이 도회지보다는 조금 떨어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기열을 새치기하거나 사용한 서식 제멋대로 두는 것 같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정해진 절차와 법규는 지키려 들지 않고 무조건 언성만 높이는 태도, 나만 잘났고 공무원 포함 다른 사람 모두는 다 틀렸다는 유아독존적 모습, 먹다남은 쓰레기를 바닥이나 화장실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는 모습 등등을 매일같이 반복해 보다보니 정말 지치더군요. 혹여 나도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도 들고 말이지요.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훌륭하게, 어디 부끄러운 오점 없이 공익근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마치게 되어 저는 만족하고 또 행복합니다. 

덧글

  • 한단인 2012/05/14 02:44 #

    음.. 별별 일이 다 있으셨군요. 암튼 소집해제 축하드립니다.
  • 2012/05/14 04: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漁夫 2012/05/14 08:04 #

    축하드립니다. 나중에 뵙지요.
  • hyjoon 2012/05/14 08:33 #

    민간인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ㅎㅎ
  • 야스페르츠 2012/05/14 12:02 #

    오오...국방부 관할로 돌아온 것을 축하드립니다.예비군 고고ㅋㅋㅋ
  • 별빛나래 2012/05/14 20:24 #

    그거 막 나온 사람들한테는 고문인걸요....;;
  • 초록불 2012/05/14 14:06 #

    축하합니다...^^
  • 별빛나래 2012/05/14 20:24 #

    으음 무사히 돌아오신걸 축하드립니다 ㅋ
  • 다음엇지 2012/05/15 16:56 #

    축하드려요~ ^^
  • asianote 2012/05/15 22:00 #

    축하합니다.
  • 숲속라키 2012/05/15 23:10 #

    공익 근무 마치신 것 축하드립니다.
  • 셔먼 2012/05/15 23:19 #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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