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글루스 유저 푸른화염 님과 모처럼 경복궁에서 회동을 하고 경복궁 일대를 쭉 답사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뵈올때마다 시내의 각종 유적지들을 같이 돌아다니며 그래왔듯, 경복궁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눈꼴사나운 복원공사 및 보수공사, 그리고 형편없는 관리 실태들을 서로 보며 탄식을 쏟아놓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불현듯 눈에 들어온 엄청나고 충격적인 광경.

이곳은 경복궁 서북쪽 끄트머리, 청와대와는 경복궁 궁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경복궁 집옥재 (集玉齋)입니다. 고종 때 지어진 청나라 양식의 특이한 건물이지요. 60년대 말부터 청와대의 대통령 경호를 위해 건물 구내 및 주변 지대에 특수경호 군부대 및 청와대 경호상황실이 들어서면서 심하게 훼손과 개조가 되고, 일반 공개도 완전히 금지되다가 지난 2006년부터 뒤늦게야 일반에 공개된 곳입니다.
그런데, 멀리서 보이는 저 불안한 "안전제일" 펜스. 개인적으로 방문했던 지난 3월에는 보지 못한 것이었는데,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해서 가까이 가 봤습니다. 그랬더니....

집옥재에서 왼편의 부속채인 팔우정으로 넘어가는 복도각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붕괴 직전의 상태에 다다라 있었습니다.
아마 어떤 식의 수평 압력이 건물에 가해진 듯, 건물 하단의 하인방을 비롯한 구조체가 완전히 뒤틀어져 앞으로 빠지면서, 복도각 전체가 자리를 이탈해 밑으로 푹 내려앉았고, 그와 더불어 팔우정과 집옥재의 각 연결 부위 벽체 및 구조체도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복도각 오른쪽 접속부의 월대 상층부 석재도 삐져나와 이탈할 듯 위험한 상태였구요.
복도각 아래의 판문도 앞으로 다 쓰러지려 하는 것을, 나무 두 개를 기대놓아서 간신히 막아놓고, 붕괴되려하는 복도각 하단 바닥에 강철 지지기둥을 달아 응급조치만을 간신히 취해놓고 있었는데, 문제는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안내문이나 해명은 커녕, 요식행위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는 허술한 펜스만 설치한 채, 건물의 일반 공개를 계속 지속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요즘들어 날씨도 좋지 않고, 조만간 제대로 된 장마가 있을 듯한 조짐이 보이는데, 장마는 어떻게 제대로 버텨나가면 좋겠습니다만, 혹여 비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이 부분이 아예 무너져내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부터 앞서는군요. 복도각만 무너져내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건물의 구조체가 조립식으로 다 연결되어 있는 한옥의 구조적 특성상, 이 부분이 붕괴되면 집옥재 본채와 팔우정에도 만만치 않은 훼손이 있을 것은 자명합니다.
애초에 이건 경복궁 관리소는 물론이거니와 문화재청의 궁능관리과에서도 그 동안 이 건물의 안전성을 자주 체크해보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디 빠른 시일내에 조치가 취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덧글
문화재청에서 보는 원인
금회 공사부분인 집옥재의 서쪽 팔우정 연결 누복도는 폭 2,483mm 로 정면 2칸 집옥재와 팔우정의 기단에서 2층의 구조로 집옥재쪽은 1층구조, 팔우정쪽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부 가구는 민도리 3량에 처마는 홑처마로 집옥재쪽의 처마 내밀기가 944mm, 팔우정쪽의 처마 내밀기가 1,160mm 로 서로 다르게 설치되어 있으며 측면은 맛배지붕 형식으로 마감되어 있다. 현재 복도의 집옥재쪽 귀틀 1본과 정면 머름하방 받침멍애 1본이 파손되어 있으며, 정면의 멍애 받침 설주는 건물의 주심에서 벗어나 설치되어있어 상부하중에 의하여 멍애의 뒤틀림 원인이 된 것으로 사료됨.
문제는 건립된지 백여년동안 큰 탈없다가 갑자기 그러냐 이겁니다.
추측 1 : 최근에 기와를 번와 보수를 했는데.. 보수된 기와가 기존 기와보다 무겁다
추측 2 : 배면쪽 기둥이나 목부재 일부가 부식되어 주저 앉아 뒤틀리게 되었다.
아마 제 추측은 1번일 가능성이 크네요. 기와 혹은 보토, 강회다짐등 지붕에 올라가는 건축재료 무게가 무거워서 그런듯 합니다.
머 일단 직접답사하지 않았으니 확답은 못하겠고요...
얼마 전 종편에 나왔던 누군가는 종말의 징조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산문화 운운 글자들이 보이길래 누군가 했더니... 하하;;
본래는 창덕궁에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