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방 정리를 하다가....... by 진성당거사

오늘 더위도 식히고 방 정리도 할 겸 예전에 복사해둔 자료들을 펼쳐놓고 정리하다가 다시 발견한 자료. 
육당 최남선이 "소년" 지 융희 2년 (1909) 5월호에 기고한 "세계적 지식의 필요"라는 글이다.


육당이 쓴 거의 모든 글이 그렇듯 이 글도 극악무도한 국한문 혼용체와 육당 특유의 과장법이 잔뜩 들어가있지만, 그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백여년이 지난 지금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거 같다.

이하는 이 글의 앞부분. 굳이 귀찮아서 요즘 맞춤법에 맞게 고쳐쓰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상하게도 개인적으로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의 국한문혼용 글들은 원문대로 읽고 입력하는게 훨씬 편하다. 한번 잘 음미해보시라.

世界의 大局은 眼前에 展開하얏도다.濟物浦口에 張來하는 波浪은 이믜 地中海水의 鹽分이 混和하얏고 白頭山 外에 響動하난 汽笛소래는 西比利 風의 煙氣를 傳播하얏스며 鐘路街衢에는 亞墨利加 大沙漠의 細沙가 默軀子의 靴底에서 落下하며 南山 樹木은 歐羅巴 中原의 炭氣를 白人의 口裏로서 受吸하니 於呼 我 半島도 旣 純粹한 韓天韓地下에 잇슴이 안히라. 嗚呼 我 大韓國民의 生計도 旣 純粹한 韓生韓産 만흘 賴하지 안이하니 此로서 觀하면 世界的 知識을 取得함은 世界를 知하려 함이 안이라 곳 我 大韓을 知함이오 他人에게 博學多聞을 誇示코저 함이 안이라 곳 自己가 事理物情에 暗昧하지 안이하려 함이라. (후략)

참고로 이 인용구는 "소년" 지 원본이 아니고 1970년대 복각본 (*영인본이 아니라)에서 복사 떠온 것인데, 이 복각본은 왜 그런지는 몰라도 가끔씩 원본과는 다른 미묘한 글자 차이나 오식들이 있다. 혹여 다른 출처에서 이 글을 접하실 수 있는 분이 있으시면, 그 원문과 대조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중일전쟁 전후의 기상천외한 친일 행각과 말많은 해방 후 말년의 이력은 차치하더라도, 육당의 글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지금 눈으로 보기에도 참 놀랄만한 통찰력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사실 그가 우리 시대에 태어났다면 하는 바램도 있을 때가 있다. 듣자니 강연이나 언설 면에서도 참 재미있는 사람이었다는데 말이다.

세계화라는 말이 나오기 족히 90년도 더 전에 "我 半島도 旣 純粹한 韓天韓地下에 잇슴이 안히라...我 大韓國民의 生計도 旣 純粹한 韓生韓産 만흘 賴하지 안이하니" 라는 말을 했다는 건 참 대단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현재를 사는 우리도 이런걸 주지하지 못할때도 많고 말이다. 작금에 아무데서나 갑툭튀하는 일반화의 오류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고.

덧글

  • 행인1 2012/08/05 20:00 #

    확실히 두뇌명석한 사람이었는데 인생역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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