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2일 모처럼 성북동 일대를 대대적으로 답사했지요.
그런데 모처럼 찾아간 성북동의 만해 한용운 고택, 심우장 (서울시 기념물 제 7호)의 모습을 보니 정말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한지가 딱 10년이 되는 때인데, 벌써 이렇게 되어버렸다니, 분명 특단의 조치가 조만간 필요할 듯 하군요.















2003년 여름 보수공사가 막 끝났던 무렵의 심우장 모습.
하지만 요번에 다시 찾아간 심우장의 모습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넌방의 모습. 앞 툇마루가 모조리 뒤틀리고 건넌방의 문짝이 하나 없어졌습니다.

떨어져 나간 문짝은 옆 벽 한쪽켠에 비스듬히 뉘어놨지요.

썩어서 뒤틀린 머름대와 문틀 모습. 문틀의 일부가 썩고 경첩도 완전히 녹슬고 삭아
더이상 문짝을 지탱하지 못하고 부러져버린 것이 역력합니다.

햇볕이 전혀 들지 않아서 습기로 인해 썩어버린 집 뒷편의 기둥. 만지면 스펀지처럼 물러 부스러집니다.

뒷쪽 툇마루는 썩고 뒤틀린 나머지 아예 엉망으로 주저앉았고,

지붕 위에는 기와 아래 보토 사이에 뿌리내린 잡초가 한동안 무성히 자랐던 흔적이 역력합니다.

실내로 들어서니, 안방 앞의 토벽이 완전히 자리를 이탈하고 앞으로 삐져나오면서 큰 균열이 생겼고,

토벽 위에 제대로 도배를 하지 않아서, 썩어가는 목재에서 불거져나온
습기 탓에 벽지에 곰팡이가 살짝 피고 있습니다.

건넌방으로 들어서면 건넌방과 안방 사이의 기둥이 앞쪽으로 주저 앉아 쏠린 것이 한눈에 들어오고,

벽과 천장이 수평은 커녕 완전히 뒤틀어져버렸습니다.

균열이 간 벽 사이로 누수가 계속되는 흔적도 확실하고,

그나마 소화기는 곳곳에 여러 개 놓여있기는 하지만,

게이지도 보이지 않고 노즐에 녹이 슬 정도로 낡아빠진 것이라 불이 나면 별 소용도 없을 듯 합니다.
겨우 네 칸에 15평 짜리 기와집 한 채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 모양인데,
여전히 문화재 관리에 뭘 기대할 수 있으려나요?
덧글
그래도 저렇게 상태가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사이 건물이 많이 퇴락했군요.